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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광주의 시인을 찾아서-김남주

광주의 시인을 찾아서-김남주


 


중외공원 김남주 시비

<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때 나는 자유 자유
땀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다 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노래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때 나는 자유 자유
피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다 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노래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때 나는 자유 자유
피와 땀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다 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노래할 수 있으랴 >

안치환이 부른 자유란 노래다. 난 가수 안치환을 좋아한다. 매 음반마다 김남주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가수여서다. 달리 말하면 시인 김남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안치환까지 좋아하는 거다.
아마도 7080 세대들에게 친숙한 시인을 꼽으라 했을 때 빠지지 않는 이가 김남주 일 것이다.
억압이 있는 곳에 시인이 있다는 말. 김남주를 두고 한 말이리라. 어떤 이는 광주에게 가장 광주다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김남주의 시> 라고 한다.

김남주 시비옆에 있는 조각
김남주 시비옆에 있는 조각

그렇다고 김남주가 광주 태생은 아니다. 해남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광주가 그의 터전이 된다. 광주제일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2학년 때 획일적인 입시위주 교육에 반발하여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한다. 1972년 유신헌법이 선포되자 전국 최초로 반(反)유신 지하신문인 《함성》을 제작하였다가 반공법 위반협의로 구속되고 대학에서 제적까지 당한다. 이후 김남주는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벌이면서 내내 감옥에서 살게 된다.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을 하면서 황석영과 함께 광주에서 민중문화연구소를 열게 되고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광주교도소에 수감된다. 9년이 넘는 수감을 마치고 나와서 오래지 않아 췌장암으로 삶을 마감하고 망월동 5.18 묘역에 허허로운 몸을 묻는다

김남주 동상
김남주 동상

김남주는 삶 자체가 투쟁이자 시다. 그는 교도소에서 대부분의 시를 썼다. 첫 시집 《진혼가》도 수감중에 출간했다.
스스로 '시인'이라기보다는 '전사'라고 칭했듯이 그의 시는 강렬함과 전투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그와 절친했던 고은 시인은  그의 시집  <나의칼 나의피> 서문에서 이렇게 토로한다.

<그 쌔까만 낯짝으로부터 쏘아대는 하얀 이빨의 그 광택의 절실성이 마구 달려 오는 것이다. 엄숙할 때도 슬플 때도 웃는 그대 웃음소리가 들려 오고 있는 것이다. 70년대 초 재판 최후진술에서 " 좆 돼버렸다 "고 내뱉던 그 독설도 멀리서 들려 오는 것이다. 아울러 그대 평화와 그대 탐구와 그대의 비상투적인 감수성도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 오는 것이다. 아니 그대 자신의 몸뚱어리가 살아서 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그대의 시는 곧 그대를 증명한다.,-중략- 남주의 시야말로 우리가 암송하고 낭송하여 우리 자신들의 비겁을 깨뜨리게 하는 사상과 정서의 무한 교직의 폭력이다, 아 남주의 해방이 우리 모두의 해방인 것이다.>

중외공원 비엔날레관 앞 김남주 시비
중외공원 비엔날레관 앞 김남주 시비

김남주의 몸은 5.18 묘역에 있지만, 그의 시는 중외공원에 있다. 시립미술관을 지나서 비엔날레 관으로 가는 길가. 민속박물관이 정면에 보이는 자그마한 언덕배기에 그의 시비가 있다.
딱 있어야 할 자리에 그의 시비가 있는 것 같다. 투쟁이  곧 시가 되고 예술이 되고 역사가 되는 자리. 딱 그가 있어야 할 자리다.
시비에는 그의 생전 얼굴이 청동으로 만들어져 있다. 안경끼고 서글서글한 눈매다. 까만 동죽그림이 감싸고 있는 시비에는 그의 시<노래>가 새겨져 있다.

김남주 시비
김남주 시비

<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웃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靑松綠竹)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김남주 시비
김남주 시비

이 시비 앞에 섰을 때 주변은 온통 하얀 눈이었다. 선홍빛 피 한방이 흘러 온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시비 앞에 서면 민속박물관을 정면에 두고 왼쪽에는 미술관이 오른쪽에는 비엔날레 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낱낱이 눈에 든다.

김남주시비에서의 조망
김남주시비에서의 조망

 

 

출처 : 유투어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