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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아름다운 집 구경-이장우 가옥

아름다운 집 구경-이장우 가옥

구경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집. 이런 집들은 주로 한옥이다. 역사성이 있고 집집마다 나름의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다. 이런 측면에서 광주에서 구경하고 싶은 집 일 순위가 이장우 가옥이라 한다. 근대문화의 흔적들이 가장 잘 남아있는 양림동 골목에 이 집이 있다. 양림산 중턱에 세워진 사직도서관 바로 아래다. 광주천과도 지척이어서 언뜻 봐도 좋은 양택의 입지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2009년 디자인비엔날레 당시 우리나라의 전통 생활 디자인이 전시되었던 곳이 바로 여기다.  상차림의 디자인, 찻잔과 찻상의 디자인, 옷깃에 스민 아련한 디자인 등이 여기서 전세계인들에게 보여졌다. 그리고 사는 집의 디자인과 자는 방의 디자인, 사람들이 생활하던 공간의 디자인은 이집 자체로 전시품을 대신했다.


2009년 디자인 비엔날레가 열렸던 이장우 가옥

아름다운 이장우 가옥 기단과 댓돌
아름다운 이장우 가옥 기단과 댓돌

한옥을 구경하는 데는 3가지의 기준이 있다. 맨 먼저가 집이 앉아있는 위치다. 흔히 말하는 풍수지리와 어떻게 맞는지를 보는 것이다. 한옥의 기본은 바람과 햇빛이 잘 통하도록 짓는 것인데, 이를 설명해주는 것이 풍수지리라 이해하면 쉽다. 산을 등져야 집 앞으로 바람이 들고 탁트인 들이나 강을 향해야 공기 흐름이 좋아질 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이런 기본에 충실한 집이 좋은 집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집 자체의 구조다. 한옥은 대체로 막힘이 없다. 집 전체를 하나의 통으로 뻥 뚫어놓고 이를 필요에 따라 막고 열어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이렇듯 트고 막음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한옥 구경의 가장 큰 재미중 하나다.

이장우 가옥 배치도
이장우 가옥 배치도

마지막 세 번째는 마당이다. 혹자는 마당이 없으면 그냥 나무집일 뿐 한옥이 아니라 할 정도다. 집 앞의 빈 마당이 있어서 비로소 한옥의 완성된 미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단편적으로 보아야 한옥에는 많은 방들이 있고, 방마다 앞 뒤로 창이나 문이 달려있다. 이것들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내다볼 수 있는 풍경이나 공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람도 다닐 수 있고 바람도 잘 통하며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미학적으로도 한옥은 각 채에 꺾임이 많고 색깔이 다 같은데, 이것을 담아내는 주변의 여백이 있어야 불편해지지 않고 오히려 공간이 풍부해지게 되는 이치다. 잘 그린 그림을 보면 여백이 아주 잘 살아 있음을 생각하면 쉬 이해가 된다.

이장우가옥 안채 마당
이장우가옥 안채 마당

이장우 가옥 사랑채
이장우 가옥 사랑채

이장우 가옥은 이 세가지의 재미를 톡톡히 만족시켜 준다. 길옆으로 길게 나 있는 담장과 높다른 솟을 대문이 먼저 이 집의 위용을 짐작케 해준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널찍한 마당이 나오고 사랑채가 그 안에 있다. 마당 왼쪽으로 행랑채가 있는데, 이중 한칸이 안채로 가는 또 하나의 문이다. 이 문을 들어서면 널찍한 마당이 하나더 있고 안채가  ㄱ 자모양으로 앉아있다. 이는 남도지방의 전형적인 한옥의 모양새다. 안채뒤로 장독대가 있고 마당 한켠에 우물이 있는 것까지 그렇다. 다만 집앞에 있어야할 커다란 회화나무가 안채 옆에 한 그루 서 있는 게 특이한데, 아마도 옆으로 정원이나 또 다른 건물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안채는 8칸의 큰 집으로 오량의 팔작지붕을 하고  있는데, 대청과 부엌이 중앙에 들어있다. 전통한옥에 다소 일본식의 편의성이 가미된 듯 하지만, 잘 지은 집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장우 가옥 안채 풍경
이장우 가옥 안채 풍경

이장우 가옥 안채
이장우 가옥 안채

이 집이 지어진 지는 100년이 조금넘은 1989년.정병호가 첫 소유주였다.이후 1965년 나주 장신대 설립자인 이장우가 이 집을 사들이면서 이장우 가옥으로 불리운다. 일설에 의하면 한때 이집에 현재  장신대 총장으로 계신 김황식 총리의 누님이 시집와 살았는데, 이때 학생이었던 김황식이 안채 끝방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했단다. 이 집의 위세를 알려주는 한 대목이다.
  이 집에는 재미있는 광경이 하나더 있다. 안채 뒤에 있는 ㄴ 화장실. 여기에 남녀를 구분하는 그림이 아주 해학적이다. 비엔날레를 위해  새로 화장실을 단장하면서 그려넣었다는데, 볼수록 재미있고 기지가 넘친다.

이장우가옥 화장실 남녀구분판
이장우가옥 화장실 남녀구분판

이장우가옥 화장실 남녀구분판
이장우가옥 화장실 남녀구분판

프랑스 파리 세느강변에도 한옥이 한 채 있다. 이응노 화백 전시관으로 지어진 고암산방이 그것인데, 파리에서는 가장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힌다. 이장우가옥을 돌아본 첫 느낌이 바로 그렇다. 파리의 고암산방처럼 고아한 느낌.이곳 대청에서의 차 한잔이 그리울 거 같다.

이장우 가옥을 찾은 탐방객들
이장우 가옥을 찾은 탐방객들

안채 뜰앞에 있는 지하수 펌프
안채 뜰앞에 있는 지하수 펌프

 

 

출처 : 유투어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