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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광주/청년만남

소녀가 만드는 소녀상, 윤정원 양



시민들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영화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요, 열여덟 살의 나이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힘이 되기 위해 “소녀상 램프”를 만들고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소녀가 있다해서 청춘공작소 헤르츠를 찾아 윤정원양을 만나봤습니다. 








윤정원양은 “코끼리 협동조합(청춘공작소 헤르츠)”에서 메이커스 활동을 하는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코끼리는 “협동”을 의미하는 “Cooperative”와 “서로 함께”를 의미하는 한글 “끼리”의 합성어이며, 청춘공작소 헤르츠는 1층은 팹까페, 2층은 팹랩, 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구성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광주지역 청년들이 함께 활동하며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월호 기억팔찌를 하고 핸드폰에 노란리본 스티커를 붙인 윤정원양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채 아이처럼 등장하여,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습니다. 요새 인터뷰를 많이 해서, 버튼 누르면 대답이 바로 나온다며 농담을 했지만 살짝 긴장하는 모습이 여느 소녀와 다를 바 없이 천진해보였습니다.



호기심 많은 윤정원양과의 인터뷰: 


Q. 윤정원은 어떤 사람입니까? 

저, 윤정원은 우주정복이 꿈인 열여덟살 소녀입니다.


Q. 이미 많이 받은 질문이겠지만 소녀상 램프를 만들게 된 계기? 

인터뷰마다 다 똑같이 말을 해서 다르게 얘기하고 싶은데, 어차피 맥락은 같으니까요~ 
예전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관해 대자보를 쓰는데, 왜 문제가 되는지 공부를 했어요. 그 과정에 위안부 할머님들 얘기, 한일 협상 얘기가 너무 안타까워서 열여덟살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피켓을 들 수도 있고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하루동안 옆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알릴 수 있는 걸 생각해보니까 램프가 있더라구요. 
소녀상 램프를 집에 놔두면 무심코 지나치다가도 눈에 보일 때마다 위안부할머니와 소녀상에 대해 한번씩 생각해 볼 수 있을 않을까 싶었어요.


Q. 학교 밖 청소년이라 들었는데, 이번 일로 주변의 시선이나 본인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는지?

갑자기 관심이 거대해져서 앞으로 제가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아요.
소녀상 램프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든게 아니고, 여기 코끼리 선생님들한테 많이 배우고 도움을 받았거든요.
기본적인 램프 구조나 제작은 지민쌤이 알려주셨고, 보람쌤은 일러스트 작업, 제가 납땜같은 건 안해봐서 영웅쌤이랑 여기 메이커 쌤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제가 선생님들에게 도움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Q. 우주정복을 위해 하는 일은?

우주정복을 하려는 이유가 외계인들이랑 평화롭게 지내보려고 한거라, 일단 우주선을 타야하는데 비싸더라구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되겠단 생각을 했어요. ("먹는걸 줄여야”라는 주변 농담에) 체력도 중요하니까 많이 먹어야해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우주정복같은 장기계획말고 단기 계획은?

일단 여기 코끼리 메이커스 활동이랑 광주광역시 학교밖 청소년의회 활동을 같이 하고 있는데, 사회문제나 같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다른 청소년들이랑 나눠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Q. 다른 사람에게 윤정원이 줄 수 있는 도움은?

일단,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건 학교 밖 청소년의회 의장으로선 복지문제라던가 청소년 촛불 문화제 같은걸 청소년들이랑 같이 기획해서 일을 만드는 것이겠고, 메이커로선 이 쪽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꽤 많은데, 그 친구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돕는 노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슨 프로그램을 배워야한다는 다른 메이커 선생님의 연락을 받아 정원양과의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마침, 2층 코끼리 팹랩(메이커스 스페이스)에서 소녀상 램프와 같은 조명만들기 워크샵이 있다고 해서 참관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램프를 만들기 위한 뭔가 복잡해보이는 재료에 처음 보는 납땜도구까지, 배우러오신 분들 모두 걱정이 많았으나, 윤정원양에게도 도움을 주셨다던 윤영웅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과 박지민 선생님의 도움으로 수업은 수월히 진행됐습니다. 선생님 설명에 열심히 경청하고 서로 도와가며 모두들 진지한 모습으로 수업에 임했습니다.






전선 피복 벗기는 일부터 납땜까지 처음엔 부들부들 손 떨어가며 하시더니 다들 나중엔 농담도 하며 능숙하게 진행하셨습니다.






“나만의 DIY 조명만들기” 수업은 램프 본체를 만드는 것이였는데, 아크릴 판은 사전에 참가자의 도안을 받아 레이저커터를 이용해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들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램프라 더욱 뜻깊어 하며, 훌쩍 지나간 두 시간과 마지막 무료 워크샵을 아쉬워했습니다. 미처 도안을 준비 못 한 분들을 위해, 수업이 끝난 뒤에 따로 아크릴판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램프만들기 뿐 아니라, 3D프린터, 레이저커터를 이용한 수업, 홀로그램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다양한 경험을 원하시는 분들은 네이버 카페 “청춘공작소 헤르츠” , 블로그 “청춘공작소 코끼리”, 페이스북 “코끼리”를 주시, 워크샵일정에 맞춰 참여신청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층 게스트하우스 사진을 찍고 돌아서다, 수업을 마친 윤정원 양을 또 만났습니다. 
안녕히 가세요오오~밝게 인사하는 정원양, 지금처럼 본인 뿐 아니라 서로를 돕고 살며 앞으로도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