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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라 광주/문화와 예술

[전시, 공연] 문화수도에 온 루벤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요즘 같으면 문화도시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큰소리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봐라, 광주에 오면 언제든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전시 공연이 열린다. 문화를 즐기고 싶다면 광주로 오라고.

8월, 광주에서는 두 가지 빅 이벤트가 열렸다.
광주공연계 사상 처음으로 3주 장기 공연하는 뮤지컬 맘마미아, 전시 작품값만 2500억원에 달한다는 시립미술관의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
성공과 실패의 확률게임에서 성공 쪽에 기대를 걸고 처음 도전하는 블록버스터들이다.
명색이 문화수도인데, 처음이라 말하는 것이 민망하긴 하지만,
뭐 사실은 사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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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립미술관>


루벤스 전시를 두고 문화가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공공미술관이 나서서 기획사만 좋은 일 시켜준다는 둥..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지방에서, 그것도 예산이 충분치 않은 미술관이 자체 기획해서 블록버스터 전시를 만들어내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이다.
예산도 예산이고,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도 필요하고, 수지타산을 맞출 만큼 적당한 관객도 들어줘야 한다. 광주 여건에서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개최 배경이야 어찌 됐든, 관객의 입장에서는 서울까지 가지 않고도 내가 사는 지역의 미술관에서 좋은 그림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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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바로크 걸작전>


맘마미아는 몇해 전 서울에서 봤던 터라, 루벤스를 먼저 만나기로 했다.
개막 즈음에는 사람에 떠밀려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까봐 2주 기다렸다 찾아간 시립미술관. 그 유명한 240억짜리 ‘오레이티아를 납치하는 보레아스’... 여인을 부둥켜안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남성의 근육이 불끈..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는 웅장한 구도에, 분홍빛으로  빛나는 오레이티아의 피부가 압권. 역시 거장의 대표작이어선지 75점 중 유일하게 유리관으로 철통보안(?)한 작품이다.

꽃바구니를 든 아름다운 세여신을 그린 ‘삼미신’, ‘아기예수의 할례’ 등 도록에서나 봤던 원작을 직접 만나는 즐거움이란....이래서 유럽 미술관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나 보다 알 것 같다.

방학을 맞은 아들놈에게는 동화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주인공 네로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안트베르펜 성당의 그림을 그린 사람이 바로 루벤스라고 설명해주었더니 상당히 관심있어 했다.

전시실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이 꽤 있었으나, 생각보다 많지 않은 관람객에 쓸데없는(?) 걱정이 앞선다. 이래 가지고 타산이 맞을 수 있을까.
주말, 그것도 방학인데 서울의 평일 관람객보다 적은 수였다. 서울은 ‘고흐’전과 비교하는 것이 옹색하지만 이런 블록버스터 전시는 평일에도 사람에 떠밀려 다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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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를 이용한 계단>


아니나 다를까 옥상 카페에 올라갔더니 카페 직원들 왈, “주말인데 몇십잔 팔았다” “답이 안나온다”고 궁시렁 거린다.

광주가 문화수도가 되려면 이런 대형 전시, 공연이 자주 열려 볼거리가 많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렵사리 마련된 이벤트가 참패해 다시는 광주에서 열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런 전시가 흥행에 성공해야 다른 대작 이벤트들이 광주를 찾을 터인데...
대구 부산, 심지어 전주까지는 가도 광주는 안온다고 하는 공연도 마찬가지다.
광주가 무슨 문화수도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문화를 즐기고 사랑하는 예향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광주 흥행 불패 신화를 보여줘 역시 문화도시라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KTX 타고 서울로 가야 하는 수고로움,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덜 들이게 된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니 말이다.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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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작 마리 드 메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