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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 박용철생가에서의 단상 <나두야 간다>

용아 박용철생가에서의 단상 <나두야 간다>


광주 박용철 생가
광주의 시인으로 김남주는 알면서 박용철은 모른다. 정지용과 김영랑은 아는데 박용철은 모르겠단다.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수 있나.나 두 야 가련다.>
를 읊어주었더니 김수철의 노래라고 반문한다. 맞다. 김수철의 노래 나두야 간다.  1984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고래사냥의 주제곡으로 “봄이 오는 캠퍼스 잔디밭에...” 로 시작하는 노래의 후렴구가 이 문구다. 그러나 아니다. 이 구절은 김수철이 인용해 썼을 뿐 박용철 시인의 대표적인 시구 중 하나다. 이 시구가 있는 떠나가는 배 라는 시를 보자.


나 두 야 간다./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최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쫒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나 두 야 간다.

박용철의시 떠나가는 배 시비
박용철의시 떠나가는 배 시비

이 시를 읽다보면 정지용의 <향수>와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가 연상된다. 박용철과 이 두사람이 우리나라의 서정시를 이끌어온 사람들이어서일까? 영랑과 함께 순수서정시 운동을 전개했던 인연을 알아서 일까? 아무튼 정지용과 김영랑. 박용철은 한국시에서 드물게 티없이 맑은 시어로 인생을 노래한 시인들이다. 실제로 이들은 창작활동도 같이 하였다. 박용철이 시문학사를 설립하고 <정지용시집>과 <영랑시집>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한국 시문단에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던 박용철은 광주 사람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광산구 소촌동. 송정중앙초등학교 앞이다. 생가도 복원되어 있다. 초등학교를 지나 금호타이어 쪽으로 500여미터를 가면 작은 삼거리가 있는데 그곳에 <박용철 생가>라는 작은 표지판이 있다. 

 

박용철생가 이정표
박용철생가 이정표
꼬불한 동네 담장길을 두 구비 돌아 들어가면 골목안쪽에 커다란 대문이 달린 초가한채가 보인다. 직감적으로 용아 생가임이 느껴진다. 생가앞 골목길에는 담쟁이 넝쿨이 담너머로 내려와 있어 오래된 동네임을 알려준다. 생가의 정면 큰 대문은 평소에는 닫혀있다. 대신 대문 왼쪽 돌담을 따라가면 또 하나의 작은 문이 있다. 그의 후손이 여태껏 살고 있는 집 문인데, 복원된 생가와 연결되어 있다.
생가앞 골목길
생가앞 골목길
집은 그의 시처럼 소박하고 단아하다.  높게 단을 쌓고 지어진 집 대청앞에는 작은 계단이 놓여있고, 맨 왼쪽의 정지간에는 굴곡이 심한 나무를 기둥으로 사용한 모습도 보인다. 지붕에는  초가이엉을 곱게 이어 누구나 고향집의 느낌을 받게 된다. 한때 그의 부친이 기와로 개조 하려고 하자  "시골집은 초가라야 제 멋이 납니다.가을에 이엉을 올려 놓은후 은은한 달빛이 비추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요.노랗게 빛나는 그 색깔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라고 용아선생이 만류했다고 한다.1970년대 새마을 사업으로 시멘트 기와를 얹기도 했었지만, 1995년 다시 초가지붕으로 복원되었다. 지금은  돌담에도 초가 이엉을 얹어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복원된 용아생가 전경
복원된 용아생가 전경
용아생가 대문에서 들여다 본 모습
용아생가 대문에서 들여다 본 모습
단아한 용아생가 모습
단아한 용아생가 모습
소박한 시골집인 용아생가
소박한 시골집인 용아생가
용아는 1904년에 여기서 태어났다. 3세때 산수를 하고 사자소학을 외웠다는 그의 천재성은 느낄 수 없지만, 조용하고 깔끔한 외관이 그의 시정은 쉬 느끼게 해 준다. 생가 뒤에도 한 채의 초가가 더 있다. 앞마당에는 장독대가 있고, 그 앞까지 돌 다리가 놓여있다. 돌틈에는 채송화와 맨드라미가 꽃을 피워 그 자체가 시가 되는 풍경이다.
용아생가뒤뜰의 장독대
용아생가뒤뜰의 장독대
용아생가 뒤뜰

용아생가 뒤뜰


초가 옆에 있는 용아의 시비를 보노라면 생가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그의 시 한구절이  떠오른다.

이제 아득한 겨울이면 머지 못할 봄날을 /나는 바라보자.
봄날같이 웃으며 달려들 그의 기차를 /나는 기다리자.
"잊는다"말인들 어찌 차마! 이대로 웃기를 /나는 배워보자.
하다가는 험한 길 헤쳐가는 그의 걸음을 /본받아도 보자.
마침내는 그를 따르는 사람이라도 되어 보리라.

<밤기차에 그대를 보내고> 중에서....

서정적인 용아생가 풍경

서정적인 용아생가 풍경

 

 

출처 : 유투어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