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5년만의 일이다.
1966년 광주시민들로 부터 무등산 정상인 천왕봉과 지왕봉, 인왕봉을 빼앗아 가더니 오늘에서야 마음의 빚을 갚은 군부대와 그 광주시민의 유산을 단 하루만이라도 시민들의 품으로 오게 한 광주시와 시민단체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무등산 정상은 해발 1187미터인 천왕봉이고 1180미터인 지왕봉과 인왕봉 등 세개의 봉우리가 정상을 이루고 있으나 1966년 공군부대가 들어 선 이후 서석대 바로 위부터 철조망이 쳐저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다.
오늘 하루 그 철조망이 걷히고 미사일이 설치된 천왕봉을 제외한 지왕봉과 인왕봉이 드디어 광주시민들에게 일부나마 개방된 것이다.
오늘의 정상개방 행사는 오전11시부터 오후4시까지 5시간 동안 개방되었으며 그 정상에서의 소회를 느껴보기 위한 광주시민들이 무려 5만명이 서석대 주위를 찾았고 신분증 확인등 보안절차를 거치는 동안 무려 1.8km에 이르는 천왕봉까지 줄이 늘어서 되돌아 간 사람만도 3만명에 이른다. 2만명의 시민이 무려 2시간 가까이를 줄을 서서 질서 정연하게 정상으로 가는 외길을 한 사람씩 올랐으며 드디어 무등산의 정상인 천왕봉과 지왕봉 인왕봉 등을 보는 행운을 가졌다.
자연이 주는 위대함보다 국가 안보가 더 중요한 현실에 마음 한가득 슬픔이 밀려왔지만 그나마 이렇게나마 무등산의 정상을 볼 수 있어 눈물나게 고마웠다.아마 앞으로 우리 시대에는 정상은 광주시민에게 환원은 없을 듯 하고 우리의 후손에게도 못올지 모르지만 오늘의 행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말고 앞으로 최소6개월에 한 번씩만이라도 정상을 광주시민들에게 개방하여 빛고을의 근원지이자 생명의 시발점인 무등산 정상을 모두 한 번씩 밟아보게 해주는 것이 광주시청과 시민단체의 소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해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그러한 노력에 위대한 광주시민들은 압도적인 성원으로 응원할 것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버스이용객이 훨씬 많다. 환승지인 산수동 5거리에서 원효사지구로 가는 1187번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 한가지 아쉬운점은 오늘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임시차량을 환승지인 산수동5거리에서 출발시키는 버스를 준비시켰으면 무등산을 찾는 수많은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했을 것인데, 여기서 부터 시민들로 가득메운 버스를 무려3대를 보내고 나서야 탈 수 있었다. 원효사지구에서 무등산 옛길2구간을 통해 서석대 올랐다.
오늘의 행사는 서석대위에 있는 부대 후문을 통해 정상에 오르고 다시 정문으로 돌아나오는 약1.8km의 구간이 공개되었다.
▲서석대에 오르자 마자 정상을 오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보였다.
▲뒤로도 수백미터씩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들 한결같은 소망은 죽기전에 무등산 정상을 밟아보는 것이었기에 이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즐겁다.
▲서석대와 군부대 사이에 있는 가시철조망..이 철조망이 걷히고 시민들을 품에 안기까지 무등산은 45년간을 기다려 주었다.
▲오늘 정상개방을 위해 무등산을 찾은 수만명의 시민들을 질서정연하게 입장시키기 위해 자원봉사중인 광주산악연맹의 여성회원님.이 분들이 있었기에 수만명의 시민들은 한줄로 길게 늘어서서 질서정연하게 정상을 오를 수 있었다.광주산악연맹 회원여러분께 이자리를 빌려 감사이 인사를 드린다.
▲서석대에서부터 줄을 서서 철조망을 통과하여 군부대에 들어갈때까지 무려 2시간을 칼바람과 싸우며 버텨야 했다.5만명 정도의 시민이 찾고 그중 2만명 정도가 정상에 올랐다 하니 기다리지 못하고 되돌아간 3만이 넘는 인파는 다음을 기약해야만하게 되었다. 시간이 오후2시를 넘어서고 있어 이 많은 인원이 오후4시까지 오를 수 있을까 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손에 잡히릇 인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서석대에서 바라보면 볼성사나운 안테나밖에 안보이더니 밑에서 보니 그 위엄이 아름답기만 하다.
▲아직까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줄...아마 그 줄은 서석대 밑 장불재까지 이어져 있으리라.
▲군부대 들어가기전에 손에 잡힌 인왕봉..부대 들어가면 이 인왕봉의 뒷모습은 찍을 수 없다. 그래서 여기서 실컷 보자.
▲드디어 군부대 후문이 열리고 역사적인 정상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다.
45년만의 첫만남은"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였다. 부대를 찾은 수만명의 시민들에게 이렇게 우리의 늠름한 군인들은 일일히 인사를 하고 반갑게 손을 마주 잡아주었다. 콧날이 시큰거리는 기분은 나만 느꼈을까? 그들도 느꼈으리라..
▲이렇게 지왕봉만 찍을 수 있다. 지왕봉밑에 앉아 천왕봉을 바라보며 깊은 탄식을 연신 내뱉는 수많은 시민들의 한숨소리를 들었는가.아름다워야할 무등산 정상은 군부대의 주둔으로 정상으로서의 품위를 잃어 버렸다. 커다란 녹색페인트를 칠한 건물들과 각종 무선장치,그리고 정상을 깍아내고 설치한 주요기지 등 , 더더군다나 지왕봉은 볼성사나운 시멘트계단을 설치하여 환경파괴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답고 장엄한 지왕봉을 둘로 갈라놓은 시멘트계단에서 속절없이 흘러나오는 안타까운 탄식에 무등산 정상은 괴로웠다.그래도 이 괴로움을 우리시대에서 끝내야 한다. 우리의 후손은 이 아름다운 정상을 되찾을 권리가 있다. 부디 정상을 시민들에게 되돌려 달라고 외치고 싶다..국민의 볼 권리와 자연보호 보다 국가안보가 더 우선인 현상황이 우리시대에서 끝나길 마음속으로 기원해 본다.
▲지왕봉을 와이드샷으로 잡아봤다. 내컴 바탕화면으로 고히 모셔두어야 하기에..
▲지왕봉을 배경으로 기념으로 한 장 남기자...언제 또 와보겠는가. 이 지왕봉의 주상절리대는 서석대의 그것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위엄있어 보였다. 우린 이곳을 보기위해 무려45년을 기다리고 기다린 것이다. 보안상의 이유로 천왕봉과 인왕봉을 남길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여기도 안되고 저기도 안된다고 온통 난리다..
▲45년을 기다린 끝에 정상에서의 짧기만 했던 시간이 너무 아쉬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군부대 정문을 통과하여 내려오는 길목에 핀 뱀딸기꽃..흔하게 볼 수 있지만 금단의 지역에 핀 뱀딸기꽃이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서 마지막 미련을 이곳에 불살랐다..
▲이렇게 넋놓고 앉아서 무등산 정상을 앞으로는 두고두고 못 본다는 허탈감에 괴로워도 해보고..
▲하산길은 중봉을 거쳐 동화사터로 내려가 토끼등을 거쳐 증심사지구로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억새밭으로 뒤덮힐 광장을 거쳐 중봉으로 향한다.
▲마지막으로 중봉을 거쳐 하산길에 울 엄니 치맛폭같은 무등산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중봉에 피어난 철쭉꽃들도 정상을 등정하고 하산하는 우리를 연분홍색 옷을 입고 환하게 미소지으며 반기고..
▲동화사터에 피어난 이름모를 꽃...
▲동화사터에서 내려가는 길엔 이렇게 수천년전부터 닦아진 돌 계단이 보인다.
▲덕산너덜에서 바라본 증심사지구..올때는 원효사지구로 왔지만 하산길은 증심사지구로 내려간다..
▲토끼등까지 내려왔다.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파트너인 후배가 무릎이 심하게 안좋아 발을 절룩거리며 내려왔다.그런 후배와 또 다른 무릎이 안좋은 여성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무릎보호대와 스틱을 빌려주고 물파스를 골고루 발라준 조선대 산악회OB팀인 이름모를 신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들 드린다. 그분의 도움으로 무릎이 안좋은 여성 2사람은 편히 하산할 수 있었고 집에 가서 무우를 얇게 썰어 무릎에 붙히라는 친절한 애퓨터서비스까지 최고의 신사를 만난 행운을 고이 간직할것이다.
▲그래서 그 신사분의 뒷모습만 이렇게 찍고 말았다. 고마운 마음에 함자도 못물어보고 ..대신 조선대학교 산악회OB소속이라는 말만 들어서 그분과 그 소속팀에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다시 드린다..
▲하산길에 우연히 찍힌 청솔모..
▲이제 다 내려왔다. 증심교 밑에서 부르튼 발도 씻고 얼굴도 씻고..
▲증심교 부근 화단에 핀 철쭉꽃..
45년동안의 굶주림을 이 음식으로 다 채울수는 없지만 오늘 우리는 잃었던 마음의 고향을 다시 찾았다.
광주시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무등산 천왕봉과 인왕봉, 지왕봉을 한꺼번에 보는 행운을 가졌고 또 잠시 그들의 품에 안기어 짧고도 짧았던 행복 또한 가졌보았다.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수고하고 노력해 준 수많은 관계자 여러분께 일일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기왕지사 이렇게라도 정상을 잠시 가져오는 기회를 가졌으니 이런 행사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열려 오늘 정상을 보지 못한 수많은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정상을 등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광주시민들의 성지순례처럼 연례화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앞서는 것은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무등산을 사랑하고 광주를 사랑하는 일백오십만명의 광주시민뿐만이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무등산의 자식들에게도 골고루 이 은혜가 돌아가기를 갈망할 뿐이다.
(사진출처): simpro의 반백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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