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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조정래 소설가, 삶을 말하다

 기자회견, 광주여성아카데미 강연, 시장 면담 등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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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있는 조정래 작가.

“민주주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산의 나무는 자연의 위대한 돌봄에 잘 자란다. 그런데 화분의 화초는 1주일만 물을 주지 않아도 말라 죽는다. 민주주의는 화초와 같은 것이다." (강연내용 중 일부)

소설 ‘태백산맥’으로 유명한 한국문학의 거장인 소설가 조정래씨가 광주에 왔다. 21일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여성아카데미'에 초청받아 강연을 한 조 작가의 강연회에는
700명의 문학인, 주부, 시민 등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조정래 작가는 먼저 <허수아비의 춤>이 서울, 대전 등 각지에서 1등을 한다는 출판사의 보고를 받고, 광주는 어떨까 궁금했는데, 광주에서도 1등을 한다는 출판사의 보고를 받고 "광주는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했다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조 작가는 또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힌 ‘허수아비 춤’을 집필하면서 정치민주화보다 한참
뒤처진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삼았다’며, “경제 민주화를 위해 시민들이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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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거장 조정래 소설가.

그는
“부정과 비리 부조리로 물든 세상의 비인간적인 것에 정면으로 대응해서 정화시키려고 하는 산소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문학의 사회적 책무이다”며”작가로서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가로써 이 땅의 역사, 비극의 땅, 처절한 역사를 쓰지 않고 어떻게 이 땅에서 문학을 한다고 말 할 수 있느냐" 라고 반문 했다.

이어 "최근에 출간한 소설 ‘허수아비 춤’도 대기업의 반사회적 범죄가 극에 달했다는 판단에서 썼다"며"국민들도 이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지금 이 땅에 있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기업이 잘돼야만 우리가 잘 살수 있다는 것을 맹신하고 있다. 그것은 환상이고 몽상이다라는 것을 깨우치고 싶었다. 이 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속내도 비쳤다.

조 작가는 <태백산맥>이 재판 11년 만에 무혐의가 된 것도, 500만부가 팔린 것도 ‘독자의 힘이 보여준 침묵의 응원이었다’며, 독자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마흔에 <태백산맥>을 시작해서 한강, 아리랑을 쓰니 60이 넘었고, 이제는 머리가 다 빠졌다고 말하자, 청중석에서는 폭소가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조 작가는  "우리 문학은 분단 때문에 북쪽 이상의 땅을 갈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어 무대가 남한으로 국한되는 비극이 있다"며 "남한에 국한된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가 모르면서 안 쓰는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작가가 알면서 안 쓰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직무유기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가 조금 마음을 돌리면 자신의 잘못된 삶도 바꾸고 시민 단체도 살릴 수 있다. 시민 사회 단체가 무슨 힘이 있냐고 말하는 자들은 이 사회에 무책임 한 자들이다"며 시민단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활동과 지원을 당부했다.

조 작가는 다음 작품은 중국을 무대로 한 3권짜리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그는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부터 시장으로 위치가 변모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21세기 한국의 운명, 미래를 다룰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작가는 강연에 앞서 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촉발된 최근의 남북한 긴장상황에 대해서도 “한국전쟁이후 안보가 가장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남북한 주민이 아닌 위정자들의 잘못이다. 오늘의 이 사태는 남북한 정권 지배집단들의 공동 책임이다. 평화적으로 풀어야한다"며 남북 모두의 책임을 거론했다.

이어 "일제 36년 동안 4백만명이 죽었다. 그리고 해방 후 6.25가 터지고 3년 전쟁에 3백만 명이 죽었다. 월남전은 8년 동안 180만 명밖에 죽지 않았는데, 월남전 보다 훨씬 가혹하고 잔인한 전쟁인 6.25전쟁에 대해서 작가로써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 지는 중요한 화두 였다"며“통일은 우리 민족의 비원이고 숙원이다. 통일을 평화적으로 하겠다면서 상대방(북)을 나쁘게 표현해서 되겠느냐. 서로를 증오하고 저주하면 안 된다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하면, 그것이 곧 평화 통일이다"고 역설했다.

이어 "박정희 시대 이후 통일업적을 최초로 이룬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고, 이를 이어받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며 "현재의 한반도 긴장상태는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의 이념논란과 관련해서도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이룰 때 민주주의는 발달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의 평가에 대해 그는 "박정희는 필요악의 존재"라면서 "유신은 악이고, 전후 도탄위에서 잘살아보겠다는 국민적 욕구를 한데 모은 것은 선으로써 역사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80년 5ㆍ18은 현대사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살아남은 자들이 죄의식을 바탕으로 민주화 투쟁, 군부독재 종식, 민주주의 신장, 통일운동 대중화, 노동투쟁 등을 쟁취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인권도시와 관련해 "야만적 탄압이 자행되는 유신시대라면 인권도시가 말이 되는데 대한민국 인권보장이 잘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권도시 명칭은 핵이 없고 짜임새가 없는 것 같다"며 "광주정신을 잘 살리고 포괄적인 명칭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인권과 광주인권이 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 한 도시가 인권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강연을 마치고 강운태 시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강 시장으로부터 인권도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은 "인권도시가 역사 속 민주화 과정에서 탄압받았던 인권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며 "광주시에서 추진하는 인권도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큰 실수를 했다"며 자신의 의견을 수정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광주에서 추구하는 인권도시는 생명을 존중하고 더불어 잘 살자는 의미와 함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도시를 뜻 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인간다운 삶, 이웃 간의 상호 존중 등 삶의 가치의 기본적 골격이며, 자본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시대에 인문학의 재발견이 필요한 시점이다”면서 “광주시가 인권도시를 내세운 것은 매우 잘 한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광주의 인권도시 추진이 타 자치단체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여성아카데미에 초청받아 강연하고 있는 조정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