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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무등산 옛길 3구간을 다녀와서...

무등산 옛길이 1.2구간에 이어 3구간이 개방되었다는 소식에, 주말에 3구간을 가기로 했습니다.
무등산 옛길 1, 2구간은 지난해 5월과 10월 각각 개방되었는데, 나름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재미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이번 무등산 옛길 3구간은 나무꾼길과 역사길로 크게 나뉘어졌습니다, 나무꾼길신양파크 3거리∼장원정∼4수원지∼덕봉∼충장사로 이어지는 구간이고, 역사길충장사∼풍암정∼호수생태원∼환벽당(가사문화권)으로 가는 길입니다.(각각 2시간-5.5m /3시간-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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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관계로 일찍 안과에 갔다오다보니 장원삼거리부터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일단, 4수원지부터 걷기로  했습니다.
(늦게 출발한 탓에 4수원지부터 시작하면 오늘 일정에 무리가 없을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광천터미널에서 1187번을 타고 4수원지에서 내렸습니다.
버스가 두 대가 있는데, 187번은 배차간격이 한 시간이고 1187번은 25분이라고 하니까 참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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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삼거리에서 올라오셨다면 여기 청풍공원에서 좀 쉬셨다 가야합니다.
너무 무리한 일정은 몸이 거부하는 수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더더군다나...
수원지와 청풍공원이 무척 여유로워 보입니다. 이제 청풍공원 오른편에 있는 무등산옛길 표지판을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  표지판 옆에 놓여진 다리를 지나면 무등산 옛길이 다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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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구간에는 덕봉이 조금 가파른 구간이라고 들어서 조금 불안했습니다.  산행에 서툰사람들은 1구간을 이용해서 충장사로 가는 것을 권한다고도 하고...
여튼...오늘은 3구간을 가보는 것이기 때문에 미련없이 왼쪽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장원삼거리부터 4수원지까지의 길도 생략한 상태이기 때문에 여기서 1구간으로 우회해서 가는 건 좀 그렇습니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면 덕봉을 지나 나무꾼길로 가는 3구간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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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표지판에 "약간 힘든길"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옛길 3구간을 가시는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정말로..약간(?)힘들기만 합니다.^^  도중에 종종 쉬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저질체력인지라 많이 쉬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안내표지판에 352고지로 표시된 부분이 덕봉인줄 알고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저처럼 다 왔다고 마지막 스퍼트를 내다가는 다음에 나타난 덕봉으로 가는 오르막이 버거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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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드디어 충장사까지 왔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로 깔끄막(비탈진 언덕)이 버틴 덕봉이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   시간을 보니 대략 1시간 45분정도를 걸어온것 같습니다.
(장원삼거리-4수원지구간은 건너 뛴 시간입니다.)  

이제는 3구간의 나무꾼 길이 끝나고 역사길이 시작됩니다.
충장사 - 풍암정 -  도요지 - 광주호호수생태관 - 환벽당(가사문화권)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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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장사에서 조금 쉬었다가 출발하니, 10여분쯤 지나 사촌(沙村) 김윤제에게 제를 지내는 사당 귀후재(歸厚齋)가 나옵니다.
현재는 광신김씨 후손이 살고 있어 안을 살펴보려면 문의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한자에 많이 약해서 뭔 글자인가 했는데, 안내표지에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네요.
글씨가 멋들어집니다. 저런 글씨체를 초서라고 하나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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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풍암정으로 갑니다. 서둘러 내리막길을 쏜살같이 내려갔습니다.
어라?  물소리가 들립니다.  더운 날씨인지라 듣기만해도 시원하기도 하거니와 발이라도 담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더군요. 안달이 나기 시작한게지요.
사람들의 소리와 더불어 더욱 선명한 물소리입니다.

와~~~무등산에 이런 계곡이 있는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물도 맑고 시원합니다.
옛길을 걸으시는 분들은 여기서 땀도 씻고 발의 피로도 풀고 가는 쉼터인 모양입니다.
주말이여서인지 가족단위로 물놀이도 많이 왔습니다.
저도 덕봉에서 힘을 좀 뺐기 때문에, 근처 그늘에서 긴시간 동안 망중한을 즐겼습니다.
발을 담그고 아이들마냥 물장구도 쳤더니 피로가 쫘악 풀리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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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가로질러 조금 더 걸어가니 풍암정이 나옵니다. 앞서 계곡보다 물놀이 하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풍암정사에서 쉬는 사람도 있고... 주변의 계곡과 그늘진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더군요.
풍암정 주변으로 물놀이객들이 많이 있어 편액만 카메라에 담아왔네요..조금 아쉽지만 다음에는 한가할 때 가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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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암정을 뒤로하고 환벽당으로 향합니다. 환벽당까지 3.4km가 남았습니다.  
숲길을 나오자 잘 닦여진 도로가 나옵니다. 
풍경이 시골길 모습처럼 정겹네요. 볕이 조금 강렬한 것을 빼면은요..
분청사기전시실도 었었습니다.. 하지만 관람은 못하고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무등산수박마을과 함께 게장백반집등의 식당들이 보이니까 뱃속이 요동을 칩니다. 
(더운날씨에 늘어질대로 늘어진 초코바 하나 베어 물면 참을 인자를 수십번 썻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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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걸어가다보면 다시 옛길이 나옵니다.
시골의 정취를 느끼면서 여유롭게 걸어봅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광주호라고 하네요. 참 크기도 합니다.
환벽당은 이제 1.2km밖에 남지 않았네요..그늘이 없어 챙이 긴 모자가 꼭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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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다보니 저 앞에 광주호 호수 생태원이 보이는군요.
바로 옆에 김덕령장군 생가터가 있다는 표지를 봤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냥 지나쳤습니다.
역시 다음을 기약하면서...
광주호 호수 생태원에서 잠시 쉬면서 보니  무척 잘 되어있었습니다.
가족단위로 구경을 오는 이들도 있고 데이트하는 연인들도 있고..
생태원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도 충분히 멋진 시간이 될 수 있겠더군요.
우리 애인 올드미스(?)를 데리고 와 봐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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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호 호수 생태원에서 나와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환벽당으로 가는 길입니다.
환벽당 들어가는 입구가 왠지 단정하게 느껴집니다.  광주호가 한켠에 자리잡고 있어, 문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절로 시 한편, 시조 한 수 읊조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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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벽당 입구에 무등산옛길 3구간의 역사길에 대해서 기술한 표지석과 함께 정철의 성산별곡중 일부분이 새겨져있습니다.  내용이 대충 이런것 같습니다.

" 한 쌍의 늙은 소나무를 조대에 세워 놓고  /  그 아래에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내버려 두니  / 홍요화 백반주를 어느 사이에 지났길래  / 환벽당 용의 못이 뱃머리에 닿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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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걸터 앉아 주변에 낚시대를 드리우는 조사님들을 보고 또 출렁이는 물길을 보노라니 세상 근심이 절로 사라진듯 합니다. 이 맛에 낚시를 자주 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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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벽당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정함은 절로 옷매무새를 돌아보게 하는군요. 
그렇게 넉넉치 않는 크기의 방이었습니다만, 작은 책상 하나 사람 하나면 아주 넉넉한 공간이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열어젖힌 문으로 넓은 장원이 보이고 고즈넉한 방안에서 고서를 읽는 상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생뚱맞게 얼마전에 읽었던 관독일기(이지누 저)중에 인상깊었던 글귀가 생각이 났습니다.
谿谷 장유가 지었다고 하는데, 홀로 있을때 마음을 다잡으려고 지었다고 합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마음공부를 겸했을 옛선비를 생각해 봅니다.

" 그윽한 방/말없는 공간/듣고 보는 이 없어도/ 귀신이 그대 살피나니
  게으름 피우지 말고/ 사심(邪心)품지 말 일이다
  처음 단속 잘못하면/하늘까지 큰 물 넘치리라
  위로는 하늘 이고 / 아래로는 땅 밟는 몸
  날 모른다 말할텐가/ 그 누구를 기만하랴
  사람과 짐승의 갈림길 / 행복과 불행의 분기점
  어두운 저 구석을/ 내 스승 삼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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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여러가지로 여의치 않아 취가정과 식영정, 그리고 소쇄원을 마저 보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무등산옛길 3구간에는 역사의 길이라는 부제답게 제가 알지 못하는 이 지역의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역사의 인물들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고서 3구간의 역사길을 다시 걸어보면, 더 재미있는 무등산옛길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무등산 옛길은 산행처럼 거칠게 갈 것이 아니라, 타박타박 걷기도 하고 또 쉬기도 하면서 즐기면서 가는 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