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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광주/청년만남

[광주광역시] 남도의례음식장 최영자

 

 

 

 

 

  

 최영자 선생님은 1936년,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광주의 명문가로 손꼽히던 탐진 최씨 가문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일본 유학을 하셨던 아버님과, 일본 유학을 마친 신여성이었던 어머님 사이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최영자 선생님의 집안은 대소사가 많은 종갓집으로 자연스럽게 전통음식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배우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지요. 그래도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면 그렇게 즐겁더라고요. 그때도 손끝이 야무지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결혼 후 전통음식과 잠시 멀어졌지만, 최영자 선생님의 친고모였던 이연채 여사님의 권유로 의례음식을 만드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  스승으로서,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로서 의지하던 이연채 여사님께서 1994년, 세상을 떠나셨고, 최영자선생님께서는 홀로 남도 의례음식 연구와 계승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2년 12월,광주광역시 무형문화제 제 17호로 지정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남도의례 음식장의 거장으로서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고 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음식은 제 운명인 것 같습니다. 고모님이 굉장히 깐깐하셨는데, 제 작품을 보고는 흐뭇해 했지요. 혼도 많이 났지만 배우는 과정이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처음엔 고모님의 제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우리 전통음식의 맥을 잇는 문화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할 일은 전통음식을 많이 알리는 것입니다. "

 

 

  최영자 선생님께 전통음식을 전수받은 제자들은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입니다. 그 중에는 현재 광주대학교 호텔조리학과 겸임교수이자, 최영자 선생님의 따님인 이은경 교수님도 포함되는데요, 이은경 교수님은 의례음식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어린 시절부터 최영자 선생님을 조금씩 도와왔다고 해요.

 

 어머니가 하던 일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이은경 교수님이 전통음식의 길로 들어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이은경 교수님은 현재 대학에서도 후학도 양성하지만, 서구 농성동에 연구소를 설립해 의례음식의 명맥을 잇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다고 해요 ^^

 

 

 

 

 

우리의 문화, 소중하게 지켜야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생을 마칠때까지 누구나 지나는 생의 여러 길목이 있습니다. 출생, 성장, 그리고 죽음이 바로 그것인데요,

인생의 통과의례에는 규범화된 의식이 있고, 그 의식에 반드시 따르게 마련인 음식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의례음식이라고 합니다.

 산모가 아기를 낳기전에는 삼신상을 차려 순산을 기원하고, 순산 후에는 삼신상에 올렸던 쌀과 미역으로 밥을 짓고 국을 끓여 산모에게 먹입니다. 백일이 되면 하얀 백설기를 상에 올리고, 백사람에게 떡을 돌리고, 돌이 되면 돌상을 차리죠. 돌상에는 수수팥떡과 무지개 떡이 올라갑니다. 이는 아이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찬란하게 자신의 꿈을 키우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아이가 성인이 되고 결혼식을 하게 되면 폐백과 이바지 음식을 준비하게 됩니다. 고이 키워 시집보내는 딸이 사댁에서 시부모님께 사랑받고 살았으면, 하는 친정어머님의 바람이 담긴 음식입니다.

  

 

 죽음 역시 음식이 부재할 수 없는 통과의례입니다. 망자를 기억하고,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한상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언뜻 형식에 치우친 의식처럼 느껴지지만 모든 의식 하나하나에 우리 조상님의 깊은 뜻이 담겨있습니다. 무탈하길 바라고, 건강하길 바라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는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어요.

 

 "기쁜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거나, 우리 민족은 음식을 해 기념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은 아주 정갈하게 정성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행사에 예를 다해 음식을 만들었던 것은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지요."

 
 최영자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전통을 허례허식으로 치부하거나, 불필요한 의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면 굉장히 안타깝다고 해요. 모든 의식은 자신의 형편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정성스러운 상을 차리면 된다며, 귀찮은 의식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면서 정성을 다하는 시간, 그리고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 되길 최영자선생님은 바라십니다. 전통음식의 뿌리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담겨 있다는 최영자선생님의 바람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고 전통음식의 의미를 널리 알리는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