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에 지하철 전 구간이 개통 된지도 벌써 4개월이 되어간다.
광주 전철은 서울이나 부산과 달리 역세권의 인구 밀집도가 낮아서인지 출퇴근 시간에도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다.
그래서 적자 운영이 될지 싶은데 그래도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서 나는 좋다.
아니 내 아내가 특히 좋아한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 아닌 경우에는 한가롭기까지 하다.
도산역에서 우리 집까지는 한가롭게 걸어도 5분이면 족하다.
이 역에서 전철을 타면 시내 중심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버스를 타는 것 보다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아내가 맘 편하게 애용하는 교통수단이다.
나도 가끔 전철은 타고 나가는데 운전대에 매이지 않아서 편하고, 무엇보다 교통신호 없이 직통으로 가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웬만하면 걷기 위하여 승용차를 가급적 지양하려고 노력한다.
정말 좋은 것은 전철이 개통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이러한 교통수단에 낯설어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좋다.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그렇고 도시 근교의 꼬마를 손에 잡은 촌부들이 그렇다.
최첨단 도시문화와 촌스런 사람들의 만남 -나를 포함해서- 이런데서 가끔씩 생기는 해프닝들 이럴 때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걸까.
서울의 전철은 그 오랜 역사도 그렇거니와 왠지 각박하고 삭막하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번잡스러움 속에서도 잠간 스쳐지나가는 삭막함만 전율할 뿐이다.
거기에 비견하여 광주 지하철은 사람냄새가 물신 물신 느껴진다.
한가함 때문인지 여유로워 보이고 번잡하게 부대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말도 건네며 표정도 나눈다.
한번은 아주머니한분이 4살 정도의 꼬마와 함께 전철을 탔다.
웬만한 여자 두 배 정도 되는 거대한 몸에 조그만 아이가 안겨있으니 좀 우습기도 했다.
이 아이는 처음 지하철을 경험하는 모양이었다.
신기한 듯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표정으로 보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전철이 출발하자 창밖을 넘보던 아이는 깜깜한 창밖이 이상하다는 듯 엄마를 연신 돌아보고 창밖을 손으로 가리키며 왜냐고 묻는다.
이 모습을 보던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꼬마 선생... 두더지 아시남 땅속을 마구 파고 다니는 두더지 말이야. "
꼬마가 멀뚱멀뚱 나를 처다 본다. 나는 말을 이었다.
"이 기차는 두더지 기차라오 그래서 땅을 마구 뚫고 가는 거여"
이렇게 지하철은 아이에게 상상을 키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 냄새가 풍기는 지하철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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