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겨라 광주/문화와 예술

문학 기행으로 만나는 시 - 떠나가는 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아 생가에서 본 시비


떠나가는 배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최나니
골잭이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학기행 중인 독서회 엄마들


요즈음  학부모들의 독서 토론회가 상당히 활동적입니다.
자녀들의 좋은 가정 학습여건을 함양하려는 교육당국의 생각으로
부모들도 평생학습에 참여케 하려는 교육정책과 관련 된 걸로 여겨지는데요,
이 학부모 뭐~ 정확하게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적 현장이나 인물과 관련된 유적지를 답사하는 프로그램으로
문학기행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대상지로 광주에서 주목 받는 답사지 중의 한 곳이
바로 용아 박용철 시인 생가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아 생가 입구 표지판


사실 광주통인 저도 박용철 문인의 생가가 송정리에 있는지는 몰랐었는데
용아 생가를 다녀온 아내의 독서기행 여담을 들으면서야
시 -떠나가는 배- 의 저자가 가까이에 있었음을 알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내친김에 천재의 단명한 삶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34세에 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시인이 활동하던  1930년대는
일제가 세계적인 공황과 맞물려 발악을 하며
우리 민족의 문화를 짖 밟는 혹독한 시련기 입니다.
때문에 카프와 같은 정치적 성향의 문학단체가 일제에 의해 해체되었고, 
문학 활동이 제약을 받던 시기 였습니다.

이런 암흑기에  박용철 시인은 순수 문학을 지양하던 김영랑, 정지용등과 함께
시문학파로 활동하면서 1930년 동인지 《시문학》을 출간하고,
1931년 11월 종합문예지인 <문예월간>을 창간합니다.

그리고 잡지에 많은 서평과 번역시를 발표하면서 연극에서도 활동을 하며
 당대의 예술 세계를 풍미했던 인물로 문학사에 있어서 적지않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아의 생가는 그의 문학 세계의 족적에 비해서는 좀 초라합니다
최근에 광산구청에서 예산을 들여 단장을 하였지만
생가 진입로의 협소함이나 주변 환경의 개선은 지속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라 생각 됩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1930년 떠나가는 배/ 싸늘한 이마/비내리는 밤/밤 기차에 그대를 보내고<시문학창간호>,
시집가는 시악시의 말/우리의 젖어머니/한 조각 하날/ 사랑하든 말<시문학2호>
1931년 선녀의 노래/시조 6수/ 고향/ 어디로?<문예월간2호>
등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아 생가 의 소박한 정원 모습

시인의 작품 중에 독자의 가슴을 아련한 추억으로 이끄는   시 한편을 함께 하고 싶네요...


밤 기차에 그대를 보내고
 
온전한 어둠 가운데 사라져 버리는 한낱 촛불이여
이 눈보라 속에 그대 보내고 돌아서 오는 나의 가슴이여!
쓰린듯 부인듯 한데 뿌리는 눈은 들어 안겨서
밤마다 미끌어지기 쉬운 걸음은 자취 남겨서
머지도 않은 앞이 그저 아득 하여라.

밖을 내어다 보려고 무척 애쓰는 그대도 설으렸다
유리창 검은 밖에 제 얼굴만 비쳐 눈물을 그렁 그렁 하렸다.
 내 방에 들면 구석 구석이 숨겨진 그 눈은 내게 웃으렸다
목소리 들리는 듯 성그리는 듯 내 살은 부대끼렸다
가는 그대 보내는 나 그저 아득 하여라.

얼어붙은 바다에 쇠 빙선 같이 어둠을 헤쳐 가는 너
약한정 후리쳐 떼고 다만 밝음을 찾아 가는 그대 부서진다
놀래랴 두줄기 궤도를 타고 달리는 너
죽음이 무서우랴 힘있게 사는 길을 바로 닫는 그대
실어가는 너, 실려가는 그대, 그저 아득 하여라.

이제 아득한 겨울이면 머지 못할 봄 날을 나는 바라보자
봄 날같이 웃으며 달려들 그의 기차를 나는 기다리자
“잊는다” 말인들 어찌 차마... 이대로 웃기를 나는 배워보자
 하다가는 험한 길 헤쳐가는 그의 걸음을 본 받아도 보자!
마침내는 그를 따르는 사람이 되어 보리라.

                                         -용아 박용철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가 정원에 핀 꽃처럼  민족의 아픔을 보듬은 그의  시들이 
문학 기행자들의 가슴에 피어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