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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증심사 오백전 삼층석탑 앞에서... - 광주랑

증심사 오백전 삼층석탑 앞에서... - 광주랑

 

나는 절에 갈 때 아침 일찍 간다. 늦어도 8시 이전에는 갔다가 10시 이전에는 나온다.

오랜 여행을 통한 나만의 사찰여행 방법이다. 사시예불을 보거나 스님을 뵐 일이 없는 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이는 절이라는 공간을 나 나름대로 가장 잘 느낄 수 있어서다. 알싸한 아침공기를 만끽하며 전각 사이를 걷는 기분.

풍경과 공포사이로 스며드는 내밀한 빛의 아름다움. 음과 양을 확실히 구분해 주는 비스듬한 빛줄기 등..

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아침에는 꽤 많다.

 

 

 

 

▲증심사 입구

 

 

 

증심사 대웅전 단청문양

 

 

 

 증심사 대웅전 꽃무늬 창살

 

 

그러나 증심사로 절 구경을 가서는 한 참을 나올 수가 없었다.

미처 얘기치 못한 느낌을 생각지 못한 공간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일주문에서 적당한 높이의 산길을 올라 숨이 차오를 즈음에 취백루가 굽어보는 증심사에 닿는다. 

언뜻 보아도 증심사는 알려진 명성만큼 전각이 많거나 크지 않다. 무등산의 빼어난 경관을 뒤로 엎고 있지도 않다. 

넓은 마당에 서면 대웅전옆으로 적묵당과 행원당만 보일뿐이다. 이게 전부라 여기고 되돌아 섰다면 후회만 남았을 터다.
지장전 앞을 지나 대웅전 뒤로 들어가고서야 비로소 증심사의 보석을 보게 된다. 자그마한 오백전과 비로전이 붙어있고 산쪽에 산신각이

있는 소박한 공간이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무등의 모습이 거기 있다.

 

 지장전앞을 지나면 대웅전 뒤쪽에 오백전이 있다

 

오백전앞 마당에 있는 삼층석탑

 

 

석탑기단 틈에 장미가 피었다

 

 

 

오백전 입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집이라는 안동 봉정사에 가면 영산전이라는 아름다운 공간이 있다.

달마가 동쪽으로간 까닭은 이라는 영화가 촬영될 정도로 아담하고 느낌좋은 절집인데, 이곳 증심사 오백전이 흡사 그 느낌이다.

울창한 대숲을 뒤로하고 앞에는 산 그림자와 대웅전의 지붕이 겹쳐지는 아늑한 피안의 공간.

마당 중간에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삼층석탑. 대웅전앞의 커다란 공간에서 주눅 든 마음이 이곳에서는 편안하게 가라앉는다.

 

▲증심사 오백전

 

 

 

오백전 법당안에서 내다본 모습

 

 

 

오백전 법당내 오백나한 

 

 

 

오백전앞 삼층석탑

가볍게 돌아보고 나온 이 곳을 맘속에서 놓질 못해, 테이크 아웃으로 카페모카 한잔을 사 들고 다시 올라갔던 곳이 바로 여기다.

차근차근 살펴본다. 오백전은 단청이 없다. 맞배지붕에 황토벽이 마치 영암의 무위사를 연상시킨다.

카페모카를 옆에 두고 오백전 앞 자연석 기단에 앉아본다. 철 늦은 장미꽃이 삼층석탑과 나란히 피어있다.

석탑너머 돌담 옆으로 철모르고 피어있는 분홍의 코스모스가 포커스 아웃되어 보인다.

 

오백전옆 비로전에 모셔져 있는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범어가 새겨진 칠층석탑

 

비로전 풍경

여기에 앉았노라면 자연스레 옛 얘기를 되새겨 보게 된다.

세종 때 커다른 저수지 경양방죽을 만들었는데, 저수지 공사 중에 개미집을 옮겨준 게 연유되어 개미들이

일꾼들에게 먹일 식량을 가져다 주고, 이 개미들에게 보답하고자 오백나한을 모신 정각을 지었다는 얘기.

이야기의 진실보다는 나라에서 하는 일에 강제로 징집되었던 서민들의 안녕과 명복을 빌어주고자 지은 절집이라는

 이야기가 가슴 뿌듯하게 한다. 

 

 

 

비로전과 삼층석탑 풍경

 

 

 

막돌로 쌓은 비로전 석축

 

 

 

증심사 일주문옆의 부도탑

 얼마전, 가야산의 작은 암자에서 만난 스님께서 하신 말이 이 얘기와 어울려 귀속을 맴돈다.
“자신만을 위한 발원을 하지 말고, 자신과 연유된 모든 사물을 위해 발원을 해야 세상업보가 소멸된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