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거리 사월의 카페에서..
광주여행길에 비를 만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망설임없이 예술의 거리로 간다. 충장로에서 금남로를 가로질러 중앙초등학교부터 찾는다. 이 길에서 동부 경찰서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면 된다. 산 길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그려놓은 보도블록이 꽤 재미있다. 중앙초등학교 담장 끝지점 사거리에서 왼쪽길은 주로 고 미술과 옛날 물건들을 파는 골목이다. 길가에 오래된 생활도구들이 나와 있는 모습들이 먼발치에서도 신기롭다. 때로는 길가에 내놓은 목 없는 부처앞에서는 합장인사를 하는 할머니들도 볼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면서도 이게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다양성이자 문화의 향기가 아닐까 싶어진다. 이 길은 주말마다 예술품 개미시장이 열리는 이색공간이기도 하다.
오솔길처럼 꾸며진 예술의 거리
벽화가 그려진 골목
사거리를 지나면 갤러리들이 양쪽에 있다. 미술용품점들도 많다. 갤러리들 사이사이에는 카페들이 지그재그로 들어있다. 광주에서 가장 유명하고 괜찮은 전통차 체험관 자생원도 이 길 중간에 있다. 길은 곧바로 아뜰리에 존으로 이어진다. 미술 입시학원에서부터 전문 화가들의 작업장까지 미술 공부와 작품을 하는 사람들의 작업공간들이 밀집되어 있다.
고미술품 가게
생활소품을 파는 가게
고미술품 가게
국내유일의 예술품 개미장터
개미장터 거리 곳곳에 석물들이 나와있다
예술의거리 풍경
비 오는 날 이곳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업공간들 중간, 엄밀히 말하자면 작업자들이 오가는 길 중간에 자그마한 카페가 하나 있다. 특히 비오는 날 이곳은 정말 짱이다. 사월이라는 간판이 달려있는 작은 카페는 거리를 향해 커다란 유리창이 나 있다. 카페보다 유리창이 더 큰 듯 하다. 사월에 오는 비는 봄비다. 세상을 촉촉이 적셔주고 만물을 싹트게 하는 비. 사월의 카페에서 보는 비는 마음의 봄비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 이집에 들어서면 무척이나 포근하다. 대부분의 연인들은 안쪽 커다란 그림 아래에 앉는다. 창가에 앉은 사람들이 실루엣으로 유리창에 비치고 창밖엔 흐릿한 영혼들이 조용조용 오가는 풍경들을 볼 수 있어서 일 것이다.
카페 사월의 외부모습
예술의거리 풍경
카페 사월의 내부모습
나는 창가 테이블에 즐겨 앉는다. 달달한 초콜릿에 커피향이 나는 카페모카 한 잔을 두고 앉았노라면 혼자임에도 행복감에 젖는다. 넓은 창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이 마치 캔버스위의 수채화 물감 같다. 그 너머로 살아있는 열정들이 빗속에 녹아난다.
물감이 잔뜩 묻은 앞치마를 입은 채 삼삼오오 걸어가는 여학생들. 맞은편 아뜰리에 입구에서는 지긋한 어르신이 베란다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손에 묻은 물감을 씻어내는 모습. 손에 든 두루마리 종이를 젖지 않게 하려다 몸 반쪽을 온통 비에 내 맡긴 젊은 화가의 모습들이 숱하게 지나간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자체가 한편의 시이고 눈물이다.
서울의 인사동이 있다면 광주에는 예술의 거리가 있다고? 아니다. 전혀 다르다. 예술의 거리는 파리의 몽마르뜨에 비견된다. 갤러리와 아뜰리에. 묵직한 물감 향. 비오는 몽마르뜨와 예술의 거리. 닮은 꼴이다.
예술의 거리 루미나리에, 철거예정에 있다
예술의 거리 루미나리에, 철거예정에 있다
출처 : 유투어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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