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명가-기씨 종가를 찾아서...
광주일대의 명가를 꼽으라면 당연히 ‘기(奇) 고(高) 박(朴)’이라고들 한다. 고경명 장군을 배출한 고씨와, 눌재박상으로 대표되는 박씨. 가장 먼저 불리우는 기씨는 고봉 기대승으로 대표되는 행주 기씨다. 광주에서 장성쪽, 광산구 광곡리가 기씨의 세거지다. 일명 너브실로 불린다. 마을은 크지 않다. 그러나 금강과 너른 들이 펼쳐진 부유한 땅이다. 풍수지리에서는 해남의 녹우당과 나주의 임씨 종택,
기대승종택의 대나무숲
칠송정
그리고 이곳을 남도의 3대 명당으로 친다. 이 사실만으로도 너브실 마을은 한번 가볼만하다. 마을 앞 좁을 길을 들어서면 분지처럼 트인 공간이 나오는데, 맨 먼저 만나는 마을 복지관 건물 왼쪽으로 고봉의 종손들이 살아온 고택이 있고, 바로 옆에 칠송정, 맞은편 산허리에 기씨 집안 아이들이 공부하던 서당 귀후재가 있다. 또 마을 맨 안쪽 중앙이 월봉서원이다. 월봉서원 뒤쪽 산이 바로 백우산. 흰 소가 누운 형상이라는 산인데 여기에 기대승의 묘지가 있다. 이곳 백우산의 본래 이름은 청량산이다. 퇴계가 갈매기와 벗하여 말년을 보냈다는 봉화의 청량산과 같다. 또한 월봉서원이 사액되기 전에는 도산서원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사실도 신기하다. 죽어서까지 소박한 그들의 삶조차 닮았다. 사단칠정 논쟁으로 성리학의 기틀을 잡았던 당대 석학들의 주변이 똑같다 할 만큼 닮았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청량산이라 불리웠던 백우산중턱에 있는 기대승 묘
너브실에서 가장 애잔하고 정서적인 곳은 고봉의 13대 후손인 기세훈 박사의 고택이다. 고봉의 6대손인 기언복이 숙종 때 처음 터를 잡은 이래 300년 동안 기씨 집안의 종손들이 살아온 곳이다. 마을에 들어서 작은 개울을 끼고 왼쪽에 길게 이어진 기와담집. 문 앞에는 고봉학술원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집 주인이 고봉을 연구하는 학술원으로 내놓았다. 현재 이집에는 학술원장으로 있는 강기욱씨 내외가 살고 있다.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 구경을 허락받을 수 있다.
고봉학술원장 강기욱 선생님-오른쪽
고택에는 커다란 대문 한쪽에 아주 작은 쪽문이 나 있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어 들어가라는 의미일까. 문을 들어서면 침목들이 놓인 길이 마당까지 이어진다. 자갈이 깔린 마당에 서면 정면에 사랑채가 있고 오른편에 애일당이 있다. 기씨 집안사람들이 애써 살아온 터이지만 아쉽게도 전통한옥이 아닌 일본식 구조다. 하루 하루를 아낀다는 뜻의 애일당. 안동 도산서원에서 가까운 농암종택에도 똑 같은 당호가 있음이 생각난다.
고봉학술원으로 사영되고 있는 애일당
이 집에서 느낄 수 있는 고택의 향기는 대나무 숲에 있다. 애일당과 사랑채 뒤쪽으로 700여평의 대나무 숲이 꾸며져 있다. 굵고 키 큰 대나무들이 빼곡하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예부터 자연에서 나는 소리 중에 물소리가 으뜸이고 대숲의 바람소리가 다음이라 했다. 사랑채 뒤로만 나가도 사각이는 대나무 이파리들의 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 연배가 40줄이 넘은 이들이라면 ‘대나무 밭에는 범이 없다.’라는 얘기를 알 것이다. 호랑이가 많아서 사람이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호환이 많았을 때 어지간한 탱자나무나 싸리나무 울타리 정도는 호랑이가 쉽게 뛰어 넘으니까 빽빽한 대나무를 심어 호랑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얘기다.
기대승종택에는 대나무숲이 울창하다
마당앞의 샘물-명수로 꼽힌다
애일당 앞의 마당 한켠에는 졸졸 흐르는 우물이 있는데 이것도 허투루 볼 것이 아니다.보통 지하수가 아니라 대나무 숲을 통과한 자연수라는 점. 대나무 뿌리는 그물코처럼 깊고 촘촘하게 뻗어 가는 속성이 있는데, 물이 촘촘하게 뻗은 대나무 뿌리를 통과하면서 자동적으로 정수가 된다는 얘기다. 이 집의 매력은 집안에만 있지 않다. 대문에서 오른쪽 산 방향으로 담장을 따라 걸으면 흙담위로 파랗게 튀어나온 대나무며 대나무, 백일홍 등 아름다운 자연과 시원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산으로 오르면 백우산을 돌아 월봉서원으로 나오는 산책길이 된다.
철학의길로 꾸며진 백우산 산책로
출처 : 유투어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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