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준비에 분주한 중고생 아이들은 집에 두고 집에만 쳐밖아 둔다고 투정이는 초등생을 대동하고서 가까운 명소 몇 곳을 둘러 볼겸 아내와 함께 나섰다.
그 중에 잠간 들렀던 만취정을 소개 하고 싶다.
삼도 삼거리에서 본양쪽으로 500m정도 가면 다시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측으로 만취정이란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코스모스와 갈대가 어우러진 그 길로 10여분을 가면 만취정 푯말이 마을 앞에 서있다. 이곳이 광산구 동호동 남동마을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정자가 하나 소나무 수림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일행이 정자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굳게 닫혀 있었다.
아마 평시에는 개방이 않되는 모양이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정자 앞뜰에 서있는 100년은 되어 보이는 소나무는 일품이다.
딸아이가 만취가 뭐야? 술에 취하는 거야? 라고 묻는 말에
나와 아내가 함께 웃었다.
만취란 겨울에도 변하지 않는 초목(草木)의 푸른빛이라는 뜻이고 만취정은 이 마을 출신으로 한말의 대학자이며 절사(節士)인 만취(晩翠) 심원표(沈遠杓·1853~1939)선생이 지은 정자이다.
벼슬을 거절하고 초야에 묻혀 살던 그는 일제 침략기에 의병을 돕다 왜적들에게 붙잡혀 심한 고초를 겪었으나 절개를 잃지 않은 올곧은 선비다.
그가 읊었다는 시한 편을 올린다.
금성산 북쪽에 숨어살면서 한 정자를 새로 짓고
푸른솔의 높은 절개 그 빛이 남아있네
구름 낀 숲 속에 살면서 나의 뜻 이루었고
산 집에서 빚은 술로 손님 술상 차렸도다.
땅을 덮은 맑은 그늘이 선비집 마당 깊숙하고
하늘높이 솟은 기상 사시장철 푸르다네
만취라는 두 글자 이 정자를 이름하니
무엇하러 많은 꽃들과 이른 봄 볕 즐긴손가.
-청송인 만취 심원표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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