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번에 외국인 선생님이 새로 오셨는데 일본에서 일 년 동안 들었던 경적 소리를 한국에서 일주일 만에 다 들었데요. 등교 시키는 길에 빵빵 대는 차들을 보고 짜증내는 나에게 딸아이가 한 말이다.
서울 부산 등 여타의 대도시에 비하면 광주의 도로 상황은 좋은 편에 속한다. 출퇴근 시간 3~40분을 제외하면 교통체증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시내 도로를 운행하다보면 신호 대기 후 파란불로 신호가 바뀔 때 거의 어김없이 빵빵~ 소리에 긴장하게 된다. 뒤에 선차가 앞차더러 빨리 가라며 내는 경고음이다.
거의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이 경적 소리는 4차선 도로에선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2차선 길에서 신호를 기다릴라치면 뒤차가 빵빵 대는 통에 몹시 불안하게 된다.
빨리 가! 비켜!
신호가 파란불 임에도 우회전 하려는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연신 재촉하는 것이다. 뒤에서 보기에 지나가는 차량이 없다고 생각되면 더 난리다. 그냥 신호를 무시하고 가지 뭐하냐고. 이런 조급증은 다른 도시에 비하여 광주가 더 심한 편이다.
물론 긴박한 상황에서 위험을 알릴 목적으로 경적을 사용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갑작스런 경적 음이 상대를 놀래게 해서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경적사용이 운전 습관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시민의 저급한 습관은 문화 수도 와 어울리지 않는다. 국제적 행사로 방문하는 외지인이나 외국인에 대하여 부끄러운 일이다.
비엔날레나 각종 문화행사의 성공은 관청이나 행사 도움이만의 일이 아니다. 문화수도로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통 시민의 협조가 당연하다. 이런 협조 중의 하나가 거리 소음을 줄이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귀로 듣는 쾌적함도 중요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본디 호남은 곡창지대로 그 풍부한 산물이 주는 풍요로움으로 여유가 있고 그래서 예술이 꽃피운 고장이다. 그런 광주가 왜 이렇게 조급증으로 안달할까. 근대화 과정에서 느낀 정치적 소외감 때문일까? 아니면 열악한 산업 여건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버거워서 일까? 그렇더라도 민주화의 본고장인 빛고을이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경적을 울려 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러한 자동차 소음의 7할은 택시가 주범이다. 꼭 신호 대기중이 아니라도 택시가 뒤 따르면 시끄럽고 부담스럽다. 앞차더러 빨리 가라던가 아니면 자신이 먼저 가겠다고 조급증은 내기 때문이다. 운행을 업으로 하는 분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상대에게 소음 공해를 주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 아닌가. 기분 좋을 리 없다.
국제적으로 문화도시임을 내세우는 광주에서 거리 소음은 지양 되어야 한다. 시민개개인도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하겠지만 시 당국도 깊은 관심이 있어야 한다. 경적 자제 스티카를 붙이거나 경적을 울리는 차량에 급행료를 부담시키는 조례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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