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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새해 새 아침, 무등산에서 희망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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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의 등산객들과 무등산 해돋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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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새해 첫날, 무등산 해돋이.

겨울 산은 시시각각 변하는 한 폭의 수묵화요, 산수화이다. 눈꽃이 활짝 핀 능선을 오르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만나는 풍경도 황홀하지만, 무엇보다도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국 위로 소복소복 쌓이는 하얀 눈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2011년 새해 첫날, 무등산 일출을 보기위해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무등산장 올라가는 산수 오거리 곰탕집 주변에서 오전 4시 30분에 만나 산행에 대한 준비를 최종 점검한 후, 무등 산장을 향해 달렸다.

무등 산장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체인을 채운 4륜 자동차가 아니면, 갈수록 없을 정도로 도로 바닥이 온통 빙판길이요, 길이 없어진 예측할 수 없는 길이었다.

눈꽃과 입석대의 절묘한 만남.

조심조심
한산한 도로를 40여분 정도 달려 무등산장에 이르니, 몇 대의 승용차가 여기저기 주차되어 있고,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사람들이 도보로 또는 산악 자전거로 산행 길에 나서고 있었다.


이곳에 오니, 세상이 온통 하얗다. 생각보다 이곳으로 산행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산행거리도 짧고, 도로교통의 위험성도 적은 증심사에서 장불재로 올라가는 코스로 많은 등산객들이 몰린 것 같다.

무등산장 앞에서는 경찰과 무등산공원관리소 직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 정해진 등산로 외에는 산행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었다. 이날 무등산공원관리소는 폭설로 인해 원효사지구와 증심사지구를 제외한 모든 탐방로를 31일 오후 6시부터 1월 2일까지 전면 통제했다.


장불재 대피소.
 

등산할 수 있는 원효사지구는 무등산공원사무소에서 출발해 공원관리도로를 거쳐 장불재까지이며, 증심사지구는 당산나무-중머리재-장불재 구간이었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산장 아래로 내려와 원효사 절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살을 에이는 차가운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완전무장을 하였으나, 한기가 가슴깊이까지 스며들었다.

겨울 산행은 무엇보다도 예측할 수 없는 눈길을 걸어야 하므로 그에 따른 필요 장비를 갖춰야 한다. 아이젠, 스패치, 스틱, 보온 잘 된 장갑, 마스크, 모자, 고어텍스 자켓 또는 패딩 점퍼, 손전등, 후레쉬 달린 헬멧 등등. 또한 약간의 간식거리와 따뜻한 물이나 차를 담을 수 있는 보온병 하나는 꼭 가져가는 것이 좋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도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과 길 위에 수북하게 쌓인 흰눈이 그나마 길 안내를 돕고 있었다. 원효사 들어가는 길은 그야말로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의 대홍수였다.

오전 5시 20분 원효사에서 장불재로 넘어가는 지름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다행히 어제 사람들의 발길 위로 눈이 더 이상 내리지 않아 주변에 눈이 많아 다소 불편함은 있었으나, 산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바람이 차갑고, 걸어가는 길 위로 눈이 불규칙하게 많이 쌓여있어 힘은 들었다. 그래서 중간 중간 쉬면서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산행을 즐겼다.

해돋이가 가장 잘 보인다는 입석대 앞 너덜겅 바위에서 한컷.

잠시 쉬어가는 휴식시간에 먹는 따뜻한 커피와 빵, 초콜릿 등 음식은 그야말로 최고의 꿀맛이었다.  둘이 먹다 죽어도 모른다는 말은 이럴 때 표현하는 것 같았다.

원효사에서 장불재 가는 길 비포장도로를 약 1시간 정도 걸어가니, 서서히 여명이 찾아와 무등산의 숨겨진 보물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나타낸다. 평소에 그냥 지나친 풍광들이 새롭게 다가와 가슴을 친다.

어름바위 위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고드름의 장관, 바위 위에 뿌리내린 산호나무의 형언할 수 없는 신비감, 갖가지 모양의 그림과 예술을 연출하고 있는 나무와 바위들, 하늘에서 내려온 백의 천사의 옷으로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무등산의 포근함과 아름다움, 그야말로 겨울 무등산은 황홀한 무릉도원경이었다.

아침 7시 쯤 장불재에 도착하니, 칼바람 부는 장불재에는 등산객들이 구름처럼 몰려있었다. 학생, 단체 회원, 주부, 노인, 아이, 산악인 등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 모두 새해, 새 소망을 안고 무등산을 찾았으리라.

입석대를 배경으로 한컷.  

등산객들은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삼삼오오 모여 나름대로 준비해 간 컵 라면, 커피, 기타 음식 등을 꺼내놓고 허기진 배를 채우며 차가운 가슴을 달래고 있었다. 다행히 공원관리소에서 따뜻한 온수를 무료로 제공한 탓에 등산객들은 잠시나마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우리 일행도 이곳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배를 채운 뒤, 좀 더 하늘 가까운 곳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무등산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입석대로 향했다. 많은 등산객들이 함께 따라 왔다. 입석대로 올라가는 장불재 주변 풍광 역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눈꽃세상을 보여 주고 있었다. 눈에 둘러싸여 있는 입석대의 장관은 그야말로 그림 중의 그림, 예술 중의 예술이었다.

무등산 입석대의 주상절리대는 한겨울에 수정병풍으로 변신해 호남 겨울풍경의 정수로 손꼽힌다. 저녁노을에 물든 수직절벽이 쏟아내는 영롱한 빛은 ‘빛고을 광주’란 이름에 걸맞게 황홀하다. 입석대나 서석대의 정상에 서면, 광주시가지는 물론, 내장산과 월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불재에서 바라본 무등산 정상.

오전 7시 35분, 장불재 방송 통신탑 뒤편에서 첫 해가 고개를 내미는 순간, 사람들은 두 손 모아 가족의 평안과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때 마침 소방 헬기까지 날아와 분위기가 한층 고조 되었다.
 
헬기에 날린 눈보라가 해돋이와 겹쳐 더욱 벅찬 희열을 온누리에 선사했다. 찬란하게 떠오른 희망의 태양은 '호남의 젖줄' 영산강을 금빛으로 물들이며, 붉게 상기된 얼굴로 광주의 안녕을 기원하는 듯 보였다. 헬기는 장불재를 지나 입석대로 그리고 서석대로 비행했다. 우리 일행들도 헬기를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후레쉬가 불을 뿜었다.


무등산 곳곳에 산재해 있는 주상절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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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등산에는 폭설과 한파, 구제역 파동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민과 관광객 등 1만여명의 해맞이 인파가 몰려 해돋이를 한껏 즐겼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입석대-장불재-중봉-무등산장 코스로 다시 내려왔다. 온누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는 둥근 해의 기운을 받아 무등산 곳곳은 눈부신 금빛으로 빛나고, 등산객들의 마음에는 각자 건강과 행복의 물결이 출렁거렸다.

무등산장을 벗어나 산행의 시작점이었던 산수오거리 유명 곰탕집에서 곰탕으로 이른 점심을 대신했다. 산행 후의 식사, 꿀맛이요, 넉넉한 풍요였다.

신묘년 새해에는 모든 것을 품어주는 무등산의 따뜻한 가슴과 너그러움으로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어름바위 위의 고드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