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1일 토요일, 12시 즈음. 때 이른 더위가 아침부터 기승을 부리던 날.
한 평 남짓한 보자기 위에 올려진 물건들, 오래된 가방과 옷가지들, 고사리 손으로 챙겨온 책과 문구류들이 보인다.박스 한가득인 다육이를 낑낑대며 오는 이, 뱃속에 곧 태어날 아이와 함께 직접 디자인 한 노트를 들고 온 이도 있다.집안 구석구석 잠자고 있는 것들을 챙겨온 주민들, 특히 아이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내 자리를 뽑고, 보자기를 깔기 시작한다. 꼼꼼히 가격표도 적고, 옷가지를 예쁘게 접어 손님 맞이 준비에 분주하다.문흥동 행복학습센터의 실무협의체로 활동하는 콩심단 분들도 김밥과 부침개 냄새를 솔솔 풍기며 맛있는 장터를 준비한다.
2015년에 처음 펼쳐졌던 북문시장 한평장터. 작년에도 매 회 많은 주민들의 참여로 인기가 많았던 북문시장 한평장터는, 올해도 어김없이 북구문화의집에서 열렸다. 5월부터 11월까지 총 다섯 차례(5월 21일, 7월 16일, 9월 10일, 10월 15일, 11월 5일) 열리며, 책, 학용품과 문구류, 옷과 잡화, 직접 기른 작물들, 캐리커쳐나 공연 등과 같은 재능을 선보일 수도 있다. 착한가격으로 착한물건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주민 누구나 참여가능하다. 또, 2015년 평생학습도시 특성화사업 ‘무릎학교’ 과정을 이수한 선생님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할머니이야기보따리’ 교실을 열어 대바구니, 목화솜, 떡살 같은 전통소품을 준비해 오래된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에코디자인 체험’에서는 못 쓰는 목재를 활용한 소품만들기도 진행되었다.
이날 장터에는 아이들과 엄마가 손잡고 참여한 집, 가족이 총출동한 집, 사촌지간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20대 아가씨 친구들,그리고 홀로 고군분투한 중학교 남학생까지, 보자기마다 앉아있는 이들의 구성도 각양각색이었다.
그 중, 문흥동에 사는 중3 남자 아이가 이목을 끌었다. 북문시장 한평장터 소식을 접하고, 예전부터 집에 안 쓰는 물건들을 팔아보고 싶었다며 혼자서 참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엄마는 물건을 나르는 것만 도와주셨을 뿐, 4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가지고 온 물건들을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보자기 위에서 아이가 뱉어내는 말과 행동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모, 이 옷이 어울릴 것 같은데 한번 입어보세요! 1000원이니까 진짜 싸요.”
“이 책은 아까 500원이었는데, 지금 300원으로 내렸어요. 얼른 사가세요.”
가만히 앉아 손님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나가는 이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낮춰보기도 하고, 전시해 놓은 물건의 위치들을 바꿔보기도 하며 홀로 장터를 경험하고 즐기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파장 무렵이 되자 “공짜로 드립니다. 그냥 가져가세요.” 라는 말과 함께 모든 셀러 가운데 가장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오늘 어땠냐고 물으니, “이런 것 진짜 재미있다.”며 7월에도 나오겠노라고 한다. 단순히 사고파는 행위 외에, 이웃과 이웃이 만나고,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나누며, 우리동네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장터의 참맛은 이런 것이 아닐까? 만남이 즐겁고 재미있는 것 말이다.
북문시장 한평장터는 주민들이 가장 큰 힘이다. 올해 첫 장터이다보니, 적극적으로 주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함께 일하는 식구들과 문흥동 일대를 직접 돌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아파트 구석구석, 공원 일대를 찾아다니며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나누니, 앞으로의 북문시장 한평장터는 이렇게 마주한 주민들의 얼굴빛에서 힘을 얻겠구나 싶었다. 나눔과 공유의 가치, 그리고 이웃과 함께하는 재미가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북문시장 한평장터이다.
하반기 북문시장 한평장터는 오는 10월 15일(토) 오후 1시, 11월 5일(토) 오후 1시 북구문화의집 거실에서 진행된다. 주민셀러 신청방법은 전화접수(062-268-1420/269-1420)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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