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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라 광주/여행과 맛집

양산저수지에서 만나는 연꽃이야기




물위에서 꽃잎을 펴기 시작하는 수많은 연꽃송이들. 그 청초하고 영롱한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원만의 경지에 이른 부처님이나 보살의 넉넉하고 청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연꽃은 흙탕물 속에 자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에 불교의 깊은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석가가 태어 날 때 마야부인 주위에는 오색의 연꽃이 만발해 있었으며 석가가 태어나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있을 때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라 떠받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연꽃이 불교의 상징으로 굳어지게 된 데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이른바 부처님의 '염화시중(拈華示衆)'의 고사라고 한다.



부처님이 어느 날 영산에서 제자들을 모아 놓고 그들에게 연꽃을 꺾어 보였다. 아무도 뜻을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가섭만이 부처님이 든 연꽃을 보고 빙긋이 웃었다. 꽃과 웃음이 동일한 의미라는 것이다. 그때 부처님이 가섭을 향해 "네가 법이 무엇인지를 아는구나." 말하고 그에게 법통을 이양했다는 이야기다. 흔히 이 광경을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말한다.



연꽃에는 또 각 부분마다 불교의 원리를 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활짝 핀 연꽃잎은 우주 그 자체를 상징하고 줄기는 우주의 축을 의미한다. 연밥에는 9개의 구멍이 있는데 이는 9(九品)을 말하며 3개의 연뿌리는 불((()의 삼보(三寶)를 뜻한다. 연꽃의 씨는 천 년이 지나도 심으면 꽃을 피운다 하여 불생불멸을 상징한다.



불교의 상징을 떠나 연꽃이 군자의 꽃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송나라 주무숙의 애련설(愛蓮說)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애련설은 불과 119자의 한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연꽃이 지닌 덕목을 너무도 잘 나타내고 있어 고금을 통한 명문으로 칭송 받고 있다.



애련설의 내용을 보면,

수중이나 지상에 있는 풀과 나무의 꽃에는 사랑할 만한 것이 대단히 많다. 진나라의 도연명은 오직 국화만을 사랑했다고 한다. 또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홀로 연을 사랑하리라. 연은 진흙에서 났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깨끗이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다.

줄기의 속은 허허롭게 비우고도 겉모습은 반듯하게 서 있으며, 넝쿨지지도 않고 잔가지 같은 것도 치지 않는다. 그 향기는 멀리서 맡을수록 더욱 맑으며 정정하고 깨끗한 몸가짐, 높이 우뚝 섰으니 멀리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요, 가까이서 감히 어루만지며 희롱할 수는 없도다.

그래서 나는 국화는 꽃 가운데 은사(隱士)라 할 수 있고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자(富貴者)라 할 수 있는데 대해서 연은 꽃 가운데 군자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국화를 사랑한다는 말은 도연명 이후로는 듣기가 어렵다. 나처럼 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또 몇이나 있을까? 모란을 사랑한다는 속인들만이 너무 많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