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시내버스의 도착예정시간을 안내 해 주는 버스정보시스템(BIS) 라는 것이 있어서 무작정 기다려야 했던 승객들의 마음을 위로해준다(첨에 무지 신기했음 ㅋㅋ).
이건 서울에서도 만나 보지 못했던, IT기술과 서비스 정신의 진정한 결합!! 극찬을 아끼지 않고 싶다.
** 아래 그림은 시청앞 버스 승강장 (KBS광주방송총국 쪽)
이 지역을 경유하는 버스가 현재 어디 쯤 오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어,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도 한결 가볍다. 하지만 디지털이라고 하는 것이 한번 고장 나면 ^^ 더 큰 불편을 초래하는 법. 관리에 신경 엄청 써야할 것 같다.
한 때, 이 BIS가 고장이나서, 지역 신문들에 열나가 보도 되었다고 들었다. 기계라는 것은 늘 고장이 있을 수 있는 법, 너무 야박하게 타박만 할 것이 아니라...아날로그적인 기다림으로 여유를 키워 보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광주의 명물, BIS 2007년 경향신문에 [한국도시디자인 탐사 기획]을 연재한 서울대학교 김민수(서울대 디자인학부) 가 가장 인상 깊은 디자인으로 꼽은 것이기도 하다.
“최근 광주에서 본 것 중 인상 깊은 것은 뭔가요?”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버스정류장과 행정지도’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광주시에서는 시내버스 도착안내 체계가 서비스되고 있다. 각 정류장에 세워진 안내단말기는 버스의 현 위치와 도착시간을 알려줘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이 ‘예측 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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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디자인 탐사](16) 광주, 진실의 디자인
경향닷컴 2007년 12월 20일
광주대교에서 바라본 광주천의 야경과 분수. |김민수
- ‘진한 藝鄕화장’ 벗고 ‘진솔한 빛’을 발하라 -
#자의식의 발현
“최근 광주에서 본 것 중 인상 깊은 것은 뭔가요?”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버스정류장과 행정지도’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광주시에서는 시내버스 도착안내 체계가 서비스되고 있다. 각 정류장에 세워진 안내단말기는 버스의 현 위치와 도착시간을 알려줘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이 ‘예측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광주시는 한국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위성영상 행정지도’를 제작 배포했다. 이 지도는 물리적 지형뿐만 아니라 공간정보를 종합적으로 전달해 광주시의 정체성과 문화적 수준을 가늠케 한다.
그동안 광주의 지도는 지도상의 이미지와 실제 현장감 사이에 간격이 컸다. 그러나 이번 지도는 위성사진 이미지에 기초해 제작되어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입체감과 현장감을 제공한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지도의 배경인 위성사진 이미지가 강해 그 위에 표시된 지명 등 각종 정보요소들이 잘 식별되지 않는다. 이런 점이 보완된다면 위성영상 지도는 향후 광주시의 도시디자인 철학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한 지도학자(M. Monmonier)는 ‘지도와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지도는 선의의 거짓말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지도는 3차원의 세계를 평평한 2차원의 평면에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고의적인 왜곡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도제작 과정에는 제작자와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불완전한 형상들이 선택적으로 취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광주시의 위성영상 지도는 거짓말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고, 위성사진에 기초해 광주시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주시청사에 설치된 공공디자인 ‘기원’, 7억여원을 들인 이 디자인은 옥외환경조형물에 적합하지 않은 소재로 제작되어 찢겨져 펄럭이고 악천후 시에 시민의 안전마저 위협한다 |김민수
광주시에서 이런 인상 깊은 사례들의 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광주시의 자의식과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1980년 5·18 민중항쟁 등 격동의 세월을 지나 이제 광주시가 안정 궤도에 진입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바로 여기에 광주의 미래와 도시디자인을 위한 단서가 숨어 있다. 중요한 것은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기초해 진실을 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 오늘날 광주시의 전반적인 모습은 어떠한가? 아쉽게도 아직은 진실의 디자인과 다소 거리가 먼 풍경들이 관찰되고 있다.
#경제도시의 현실
최근 광주시청사를 찾았을 때, 마침 청사 벽면에 붙은 구호가 눈에 들어왔다. ‘첨단산업 문화수도, 1등 광주, 1등 시민.’ 이는 1등에 한맺힌 강박적 구호 같지만 경제 살리기와 문화수도 조성으로 살기 좋은 광주에 대한 야심찬 계획의 압축이기도 하다.
광주시는 현재 ‘종합발전전략’의 일환으로 다음의 5대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산업 육성을 통한 잘 사는 경제도시 건설, 문화의 힘으로 미래를 여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육성,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환경모범도시 창출, 더불어 사는 따뜻한 복지공동체 도시구현, 편안하고 활기찬 미래지향 도시공간 조성. 이 중 핵심 내용은 경제도시 건설과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의 육성이다. 경제도시 건설을 위해 광주시는 3대 주력산업과 4대 전략산업으로 경쟁력을 강화시킬 예정이다. 여기서 3대 주력산업이란 ‘광(光)산업, 자동차산업, 전자산업’이며, 지역특성화를 위한 4대 전략산업이란 ‘첨단부품소재산업, 신에너지산업, 디자인산업, 문화콘텐츠산업’을 뜻한다. 이는 빛고을 광주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광통신과 광전자 등 첨단제품 및 자동차 생산기지와 미래 광주 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광주시는 최근 나주시 일원에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를 착공했다. 2012년에 완공예정인 이 공동혁신도시는 한국전력 등 17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복합기능을 갖춘 인구 5만 규모의 ‘미래형 명품도시’로 건설될 예정에 있다.
4만분의 1 축적의 광주시 ‘위성영상 행정지도’ |광주광역시제공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그럴싸한 전략산업과 혁신도시 건설이 지닌 ‘속 내용’이다. 주력산업인 ‘광산업’은 지역경제의 30%를 점유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발광다이오드(LED)나 반도체 조명시장을 겨냥한 영세 중소기업체들의 클러스터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4대 전략산업 중 디자인산업은 개념 설정부터 문제가 있다. 현재 광주시는 “산업과의 접목을 통한 경쟁력 강화수단인 디자인은 기업의 부가가치창출과 브랜드 구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디자인산업을 육성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광주디자인센터를 건립하고,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디자인산업이 지역특화산업으로 어떻게 접지될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자인산업이 ‘서비스산업’임을 망각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제조생산기반이 취약한 광주에서 디자인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마치 엔진 없는 자동차에 멋진 바퀴를 달고 온몸으로 끌고 간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또한 현재 2회까지 개최된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현혹하는 볼거리 제공 외에 광주의 제조생산과 지역민들의 삶에 실제로 어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야심찬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건설은 고령화된 기존 농업인구의 ‘처리’ 등 타당성 및 실효성과 함께 복잡한 정치적 문제에 얽혀있다. 혁신도시 건설은 제1단계 정부기관 이전에 이어 제2단계로 ‘국가균형발전법’ 제정을 통한 민간기업의 지방 이전 추진이 성공의 관건이다. 이는 광주를 중심으로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초광역권 도시화가 진행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법안 자체가 폐기되고, 균형발전정책에 반대해 수도권 집적화를 주장해 온 차기정권이 이를 어떻게 승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광주시 시내버스 도착안내시스템 |김민수
#문화전당과 맞바꾼 민주광장
광주시가 종합발전전략의 또 다른 축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문화수도’ 내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다. 홍보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아시아문화교류도시를 비롯해 문화가 경제발전의 동력이 되는 미래형 문화경제도시, 5·18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살려 민주·평화와 예술적 활동이 어우러진 아시아평화예술도시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이는 2004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20년에 걸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핵심문화지구’를 비롯해 7개의 도시문화지구를 조성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구 전남도청 일대에 조성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으로 약칭) 건설 계획이다. 앞서 광주2편(경향신문 12월14일자)에서 조감도를 소개했듯이, 건축 디자인이 이미 확정되어 2010년까지 총 7174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예술인회관, 영상문화시설, 문화전당홍보관 건설 등을 위해 추가로 8759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문화전당 건립을 위해 철거된 부지 일대의 도심 공동화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광주시는 도청이전에 따른 공동화를 막기 위해 단기사업과 중장기사업을 포함해 모두 44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심사숙고해 추진했겠지만, 이 계획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시민들의 풍요롭고 질 높은 삶을 위한 문화도시가 광주만이 특화해야할 일인가. 이는 인간이 사는 도시라면 어느 도시나 갖춰야할 기본이다. 차라리 ‘김대중 컨벤션센터’가 문화의 전당 자리에 유치되었더라면 오히려 구도심 활성화에 기여해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상무지구 신도심 개발, 운암지구 재개발, 북서권 신창과 수완지구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로 구도심 인구가 유출되고 있어 문화전당 조성이 구도심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 든다.
문화전당 부근에는 금남로 공원이 있다. 이는 기존 한국은행 광주지점이 상무지구로 이전하면서 멋진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구도심 서쪽의 광주천에도 19.15㎞의 구간이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정비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전당 사업은 도심공간의 보여주기 위한 녹지화에는 크게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주변 삶과 연계된 도심 활성화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나는 이 계획이 치열했던 금남로 민주광장 일대의 공간을 변경시켜 5·18 광주의 역사적 기억을 지워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릿광대 공공디자인
한편 광주시청사 앞마당에는 ‘물방울무늬’로 디자인된 조형물 ‘기원(祈願)’이 세워져 있다. 지난 2005년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기념하기 위해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이는 바닥 직경이 18m에 높이는 16.5m에 달하는 대형 조형물이다. 디자인 의도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기념하고 시민의 생활 속에 참여의 의미를 주는 조형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광주시민의 소망을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소”라고 한다. 그러나 작품 설명문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함께 있어 어리둥절하게 한다. “조형물 바닥이 미끄러우니 주의하여 주시고 강풍 시 안전에 위험이 있으니 접근을 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어이없게도 이 조형물의 바닥면은 미끄러운 타일로 만들어져 시민참여라는 원래 의도를 스스로 거부하는 모순된 디자인인 것이다.
게다가 ‘기원’은 공공디자인으로서 또 다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유심히 살펴보니 완성된 지 불과 2년 밖에 안 된 조형물이 군데군데 찢어져 볼썽사납게 펄럭이고 있다.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르면 계절마다 다른 천으로 옷을 갈아입는다고 한다. 이는 요즘 환경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강조하는 시대정신에도 어긋난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되었는지 ‘기원’은 마치 ‘찢어진 어릿광대의 옷’처럼 너풀거리고 있다. 이런 몰상식한 공공디자인을 위해 무려 7억여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이 모두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타자의 시선에 길들여져 살아온 정체성 부재의 삶이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어쩌면 광주시 도시디자인의 문제는 ‘과잉 디자인’이 문제일지 모른다. 여기서 과잉 디자인은 5·18 민중항쟁 등 쓰라린 과거를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억지스러운 포장술에만 몰두한 결과인 것이다. 문화중심도시라는 미명하에 의향을 팔아 예향을 내세우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워가는 것은 아닐는지. 따라서 광주의 도시디자인은 앞서 언급한 위성영상 지도의 예처럼 자신의 실존적 역사와 삶으로부터 문화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진솔함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김민수|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
개인적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지만(사실 광주는 자가용생활이 더 편리하다, 30분안에 어디든 도착 가능하기에... 서울에선 꿈도 못 꿀 일이다),
상업적인 광고물로 넘쳐 나던 서울의 승강장 앞 보다는 삭막함이 덜 하여 좋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시화를 만날 수도 있고, 북구의 일부지역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흐리기도 한다고 들었다.
승강장 뒷편에 붙은 "시하나 마음하나" 라는 제목의 판넬이 보인다. 상업적인 광고물에 질식할 것 같은 도시의 삭막함을 윤기있게 해주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