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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라 광주/소식

[광주FC서포터즈 '빛고을'] 안타까운 패배지만 박수받아야 할 우리 선수들

 5월 22일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광주와 인천의 K리그 11라운드 경기. 광주는 수원시청과의 FA컵에서 분패했지만, 나름대로 리그 홈경기에서 2연승 중이었고, 팀 분위기도 괜찮은 편이었다. 인천 역시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은 경고 누적으로 배효성과 김재웅이 결장했고, 부상으로 인하여 유병수와 박준태가 결장했다. 인천입장에서는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면 광주 입장에서는 이들의 결장 덕분에 리그 홈경기 3연승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광주에게도 크나큰 약점이 있었으니 선수들의 체력 문제였다. 광주는 지난 수요일 열렸던 수원시청과의 FA컵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2로 패배했다. 이미 패배해버린 경기를 굳이 다시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광주 선수들은 연장 후반까지 경기를 뛰는 바람에 체력이 거의 바닥나고 말았다. 게다가 수요일 경기 이후 4일만의 리그 경기 출장. 광주 입장에서는 굉장한 부담임에 틀림없었다. 굳이 수요일 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캡틴 박기동과 김은선, 유종현 등이 아니더라도 연장까지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수요일 경기에 출전한 교체 멤버들 역시 체력적으로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인천과의 리그경기에서는 우리 선수들의 체력 회복 여부가 승부의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필자는 우리 선수들이 체력 문제로 상당히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 선수들은 필자의 어설픈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반전 내내 경기를 주도했다. 사실 이제까지 우리 선수들은 볼 점유율로 상대를 앞섰던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반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55:45 정도로 인천을 압도했다. 기록상으로는 이 정도의 점유율로 기록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광주 팬의 입장에서 전반전은 기록상의 점유율 그 이상으로 여유있는 경기였다. 기록을 보면 전반전 인천의 유효슈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러니 광주 팬의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할 상황도 거의 없었고, 여유롭게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후반전은 양상이 달라졌다. 지난 수원시청과의 경기에서 허리를 다친 김은선 선수가 전반전에 다시 허리를 다쳤는지 하프타임 때 주앙 파울로 선수와 교체되었다. 그리고 이후 광주는 인천에게 압도당하기 시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팀의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김은선 선수가 빠진 것이 굉장히 컸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안간힘을 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체력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어보였다. 수원시청과의 경기에서 연장까지 갔던 후유증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수원시청과의 FA컵 때 결장한 박병주 선수와 이용 선수, 허재원 선수는 체력적인 부담에서 자유로웠다. 박병주 선수와 이용 선수는 언제나 그렇듯이 상대팀의 파상공세를 몸을 사리지 않고 막아주어서 유종현 선수의 체력적 부담을 어느 정도 만회해 주었고, 덕분에 40:60 정도의 수치로 압도당한 후반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나름대로의 활약을 할 수 있었다. 공격진에서는 박기동 선수와 김동섭 선수가 활약해주었는데, 경기 후 최만희 감독이 말했듯이 둘 다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몸을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큼은 확실히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이 날 경기에서는 박기동 선수의 체력적 한계와 컨디션 난조를 만회시켜준 선수가 있었으니 그 선수가 바로 허재원 선수다. 아무래도 수원시청과의 경기에 결장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했던 허재원 선수는 박기동 선수와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고, 그 덕분에 광주의 무딘 창은 조금이나마 날카로워질 수 있었다. 광주의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부분이다.

어쨌거나 전반전과 정반대로 창과 방패의 역할이 바뀐 후반전. 나름대로 상대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냈던 광주는 세트 피스 상황에서 불운으로 한 골을 허용하고 만다. 코너킥 상황에서 한 선수를 더 거쳐서 올라온 크로스는 헤딩슛으로 연결되었고, 불운하게도 그 헤딩슛은 광주의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이후 헤딩슛을 따라서 다이빙을 했던 박호진 선수의 빈자리에 후반 교체출전한 한교원 선수가 볼을 차 넣었고, 결국 광주는 실점하고 말았다. 한교원 선수의 슈팅을 막기 위해서 김수범 선수가 발을 갖다 댔지만 안타깝게도 간발의 차이로 실점하고 말았다.

경기 후 최만희 감독은 전반적으로 크게 문제는 없는 경기였지만, 세트 피스 상황에서 약간 주춤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실점상황은 주춤했다는 것 보다는 불운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골대만 맞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우리 선수들이 볼을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고 또 아쉽다.

어쨌거나 이후 최만희 감독은 김동섭과 안성남을 빼고, 안동혁과 유동민을 차례로 투입한다. 그리고 이것은 상당한 효과를 나타냈다. 언제나 그렇듯 유동민은 압도적인 제공권을 바탕으로 주위 선수들에게 헤딩을 통해 여러 번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 중에서도 후반 막판에 나왔던 유동민의 헤딩 - 안동혁의 슈팅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공이 조금만 더 정확하게 발에 맞았더라면 멋진 동점골을 성공시킬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안타까웠다. 사실 광주로서는 엄청난 희망고문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동민 선수는 자신의 장기인 포스트 플레이를 통해서 여러 차례의 찬스를 만들었는데, 비록 지고있는 경기였지만, 광주를 응원하는 많은 팬들에게 희망을 주기에는 충분했던 플레이였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도 최만희 감독은 유동민의 투입 이후에 공격이 살아나게 되었다고 유동민 선수를 칭찬했다.

아무튼 경기는 0:1 인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광주입장에서는 충분히 괜찮은 경기였다. 지난 수원시청과의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모든 선수가 제 몫을 해냈다. 특히 수원시청과의 경기에서 풀타임 경기를 뛰었으면서도 다시 인천과의 경기에서 풀타임 출전한 캡틴 박기동과 유종현의 투혼이 돋보였다. 둘 다 평소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박기동 선수는 허재원 선수, 유종현 선수는 이용 선수와 박병주 선수의 도움을 통해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팬의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광주 입장에서는 손실도 컸다. 김은선 선수와 김수범 선수의 부상이 그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광주FC의 전 선수 중에서 가장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는 김은선 선수와 이용 선수가 아닐까 싶다. 김은선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공격에 가담하여 슈팅을 날리고 상대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선수이다. 본연의 임무인 수비형 미드필더에서의 활약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매경기 헌신하는 그의 움직임은 마치 2002년 월드컵의 김남일을 보는 듯하다. 팀의 입장에서는 보배같은 존재다.


 

이용 선수는 뛰어난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실질적으로 우리팀의 유일한 센터백이다. 고로 그가 다치면 팀의 수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최만희 감독은 이용선수를 결장시킨 경기에서 김은선 선수를 몇 번 그 자리에 세웠는데, 나름대로 자기 포지션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활약을 보였다. 문제는 김은선 선수가 부상을 당함으로써 아무래도 이용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고, 이용선수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면 광주로서는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이날 하프타임 때 김은선 선수가 교체된 것은 허리가 좋지 않은 본인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필자의 기억에 김은선 선수가 올 시즌 선발 출전하여 교체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본인이 직접 교체를 요구했다는 것을 보면 몸상태가 썩 좋지만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은선 선수의 팬으로서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다.

김수범 선수의 상태는 더 좋지 못하다. 깁스까지 하고 말았다. 문제는 김수범 선수가 깁스를 한 것보다 김수범 선수를 깁스까지 하게 만든 잔디 상태다. 김수범 선수는 상대 선수와 충돌을 한 것이 아니라 잔디 상태 때문에 깁스를 하고 말았다. 선수 본인은 ‘지구를 차버렸다’라고 신세대 선수답게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사용했지만, 깁스까지 하게 된 이상 얼마나 마음의 상처가 클지 말하지 않아도 뻔할 것이다. 잔디를 좀 더 세심하게 관리했더라면 분명히 부상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잔디 상태 때문에 괜히 ‘팀킬’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잔디 상태는 경기 이후 상대팀의 허정무 감독도 지적한 부분이다. 요즘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잔디에 물을 뿌리자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날 광주 경기장의 잔디에는 습기가 너무 없어 볼 배급을 하는 과정에서 볼의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하여 패스미스도 많았다고 허정무 감독은 지적했다. 팬들을 위한 즐거운 경기와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어느 정도의 잔디 관리는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김수범 선수와 김은선 선수의 부상이 빨리 회복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 날 경기의 가장 큰 오점은 주심의 판정이다. 굳이 광주팬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오심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후반 주앙파울로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넘어진 장면은 그 중에서도 압권이었다. 굉장히 화나고 분하고 억울한 장면이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켰다. 설마 주심들이 일부러 그런 판정을 내리기야 하겠냐마는 심판의 오심으로 인하여 여러 차례 득점 찬스를 날리고, 심지어는 패배의 쓴맛까지 맛봐야했던 우리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힘을 빠지게 만드는 판정임에 틀림없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장면이었다.

어쨌거나 경기는 0:1 광주의 패배로 끝났고, 이제 부산 원정까지는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다. 리그 컵대회와 FA컵 대회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지만 한편으로는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주에게는 득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선수층이 얇은 광주의 입장에서는 체력안배를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음 경기는 앞에서 말했듯 부산 원정이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수원전 퇴장으로 인하여 광주와의 경기 때 경기장에 나설 수 없는 안익수 감독의 부산. 남은 일주일 가량의 시간동안 우리 선수들이 고갈된 체력을 잘 보충하여 부산전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더불어 김은선 선수와 김수범 선수의 부상 역시 하루빨리 완쾌되길 기원한다.

부산전을 마치면 다시 2주간의 리그 휴식기간이다. 최만희 감독은 2주간의 휴식기간에 다시 팀을 정비해서 이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로 약속했다. 결국, 부산전이 끝나면 자랑스런 우리 광주선수들을 2주간 보지 못한다. 될 수만 있다면 부산 원정에 참여해보자.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TV시청을 통한 응원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비록 안타까운 패배를 기록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을 위해 다같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자.


[출처]  광주FC 서포터 정시내(사진), 광주FC 명예기자 박양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