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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라 광주/문화와 예술

[광주광역시] 평화를 향한 숭고한 기원을 빌다

 

 장마가 그치고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의 열기로 도심은 열탕이다.

 산과 바다를 찾아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시원한 냉방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향했다. 비단 냉방시설을 목적으로 향한 걸음이 아닌 다양한 미술장르의 작품 전시 및 도서 열람실까지 겸비되어있는 광주시립미술관 본관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 광주 시립미술관 본관을 찾아 3층 제 5전시실, 박병희 조각전시 <생명의 순환>을 관람하였다.

 

 

 시립미술관 본관 3층 제 5전시실은 재일동포 하정웅이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제 5전시관 입구에는 하정웅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 및 영상물이 설치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조각가 박병희는 지난 1999년, 하정웅 제 2차 기증에서 시작하여 2003년, 2010년, 2012년, 2014년 등 매 기증시에 작품을 기증한 작가로, 하정웅의 삶과 철학에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 기간은 8월 23일까지이다.

 

 

 조각은 환조와 부조로 나누어지는데, 환조는 사람이나 의자처럼 공간 속에서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체와 같은 상이라면, 부조는 배경이 되는 벽 등의 바탕으로부터 튀어나와 있거나, 또는 그 곳에 부착되어 있거나, 그 일부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회화가 2차원에서 3차원의 환상을 보여주는 것에 비하자면, 조각은 실제로 3차원의 물체를 만들어 물질적인 현존성을 갖는다.

 

 

 전시관 초입부터 시작되는 박병희의 작품세계는 "무덤", "Samsara (윤회)", "Karma(길)", "가족" 시리즈로 이어졌다.

 

 

 점차 생명의 순환 시리즈로 완성된 작품을 통해, 그는 원형의 고리가 반복되는 형상으로 윤회를 표현하였다. 윤회의 고리를 뚫고 다시 태어나는 존재로써 인간을 형상화하는 등, 상징주의적 표현법을 사용한 작품이 돋보인다. 하나의 인간이라는 개체 모습 보다는 함께 여러명이 꽃봉우리 속에서 태어나는 형태로써 가족의 의미를 상징화하였다.

 

 

 작가의 작품을 천천히 살펴보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시작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수 많은 관계망 속에 존재하는 것을 표현한 듯 하다.

 

 

 박병희 조각전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생명의 순환은 내세를 준비하고자 하는 의도적 수행으로써의 삶이 아니라, 인간이 원초적으로 갈구하는 행복한 살의 실천에 관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즉, 인간사의 애욕과 현세와 내세의 윤회나 업을 초월한 행복과 사랑,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평화를 향한 숭고한 기원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