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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라 광주/문화와 예술

자주의 불꽃 박승희 민주열사와 1991년 분신정국 12열사 합동분향소에 다녀오다



지난 29일 자주의 불꽃으로 불리는 박승희 열사와 분신정국 12열사의 합동분향소에 다녀왔다.

박승희 열사는 목포 정명여고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재학중인 1991년 4월 29일 '고 강경대열사 추모 및 노태우정권 퇴진 결의대회' 도중 '2만학우여 단결하라! 미국을 반대한다. 노태우정권 퇴진하라!'를 외치며 분신 산화한 분이다.



1991년 5월 대투쟁은 당시 명지대 학생 고(故) 강경대씨가 총학생회장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숨지면서 일어난 노태우 정권에 대한 대규모 저항운동이다. 당시 강씨의 죽음 이후 전남대 박승희 열사를 비롯해 10여명의 학생·노동자가 정권 퇴진과 민주화를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의문사를 당하는 ‘분신 정국’이 이어졌다.












 

빛바래고 잉크가 번진 방명록처럼 초라하고 한산한 분향소가 박승희 열사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번 합동분향소는 전남대학교 봉지에 설치되었으며 이번 주 주말에 철거할 예정이다.




그래서 거기는

- 박승희 열사 추도

 

그래서

거기는 불에 기름 부은 듯 타올랐어요.

통일로 가는 코스모스 길 따라

한반도 전역을 적셔온 물길 따라

어머니!

당신이 물려주신 이 질긴 생명줄을

오월을 위한 도화선으로 쓸래요.

 

그래서

거기는 민주주의가 대폭발했어요.

스스로 불덩이가 되어서 살인정권에 항거한

그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며

모두는 입술을 떨었고

살아남은 자의 의무를 다하려고

붉디 붉은 꽃으로 피어났어요.

 

그래서

거기는 조국이 새로 태어나는 전선이었어요.

황혼무렵 길게 누운 시신을 두고

고삐 풀린 말들이 경배하고 있었고

시신도 두 눈 크게 뜨고 잠 들지 않는 땅

꼭두새벽길 바삐 오시던 할머니의 초롱불

말들이 거칠게 뒷발질했어요.

 

그래서

거기는 골고다 언덕이 되었어요.

망월동 동편에 샛별이  뜨면

꺾이지 않는 전사들은 창을 갈았고

밥 짓는 아낙들은

산제비꽃 관으로 쓰고

승희의 불씨를 호호 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