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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무등산! 사람의 손에서 살아난다.- 광주랑

무등산! 사람의 손에서 살아난다.

산을 좋아하는 나 이지만, 정작 무등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상절리의 아름다움은 익히 알고 있었던 터이지만, 세계에서 인구 2백만이 넘는 도시를 품고 있는 산 중 가장 크고 높은 게 무등산이란 사실은 이번에야 알았다. 그 만큼 광주 시민들에게 무등산은 생활이자 이상향이었으리라. 때문에 예부터 무등산은 사람들과 함께 해 왔을 것이다. 풍경좋은 계곡마다 자그맣게 집을 짓고 손님맞이를 해왔는가 하면, 절 입구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등산로 자락마다 올망졸망 음식점들이 들어찼을 것임은 안봐도 선하다. 
김덕령장군이 계곡의 물소리로 쇠 두드리는 소리를 막았다는 그 계곡도 물소리보다 음악소리와 고성방가가 더 컸을 터이고, 맑다는 물빛은 시커먼 시궁창에 비유될 판이었겠지. 어디인들 이런일이 없었으랴마는 무등산이 주는 상황은 도심에서 떨어진 다른 산에 비할 바가 아니었을 터다.



무등산 등산로
함께 산을 오른 친구가 조선대에 적을 두고 있다. 친구의 말인즉 ‘광주사람들은 무등산을 어머니와 같은 산이라 여긴다. 그만큼 산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남다르다.’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듯 무등산을 살리자는 열의가 컸을까? 무등산은 다른 어느 산 보다 빠르게 자연상태로 돌리려는 몸부림이 있었음을 나는 안다.  30여년이 지난 1977년. 이곳 무등산 자락의 무당골 무허가 집을 철거하는 과정 중 철거반원 4명이 살해된 일명 ‘무등산 타잔 사건’과 같은 가슴 아픈 일을 기억에서 놓칠 수가 없다.



무등산 등산로

그럼에도 내가 본 무등산의 치유는 빠르다. 그 모습은 무등산을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이 들머리로 선택하는 증심사 쪽에서도 눈에 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증심사앞까지 누구나 차를 가져갔다 지만 이제는 증심사까지 차를 가져갈 수가 없다.
하여 상업지구에서 차를 세우고 걷는다. 상업지에는 식당과 카페,산행장비를 파는 매장들이 한곳에 모여있어, 산행하는 사람들이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다. 미처 생각못했던 바인데, 이름난 아웃도어 패션과 유명 등산장비들이 다 있다. 서울 주변 북한산이나 청계산의 입구 모습과 다르지 않다.
무등산 증심사지구 상가단지
무등산 증심사지구 상가단지
상가단지 아웃도어 매장에 딸린 카페
상가단지 아웃도어 매장에 딸린 카페
아웃도어 매장에 딸린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산을 향했다. 낙엽송들이 붉게 물들어 보기 좋다. 산행길에 들어서서 처음 만나는 문빈정사 앞에는 계곡을 가러질러 무지개 다리가 놓여있다. 본래는 음식점들이 계곡 양쪽에 즐비했던 자리란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계곡은 깔끔하다.
문빈정사앞 계곡 다리
문빈정사앞 계곡 다리
조금더 가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가 있고 그앞에 생태복원에 대한 표지판이 붙어있다. 갈참나무 군락지였던 것이 식당이 들어서 있었는데, 식당들을 이전하고 활엽수들을 심어 옛모습 찾아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멈춰서서 한참을 살펴보았다. 참 좋다는 생각이 자꾸든다.
이 졸참나무들은 관풍대위까지 이어져 있다. 

생태복원을 알리는 현판
생태복원을 알리는 현판

생태복원중인 무등산
생태복원중인 무등산
함께한 친구를 졸라 산행계획을 무시하고 생태복원의 현장들을 보자고 했다. 무등산 자락 생태 복원의 백미는 의재미술관 뒤쪽에 있던 신림마을이란다. 신림마을은 말하자면 증심사의 사하촌같은 곳이었는데, 주변 산자락을 잘라 집을 짓고 민박과 식당을 하던 곳이라고...
마을 중앙에 500여년이 된 커다른 당산나무가 있었는데, 이 나무의 그늘이 비좁을 정도로 먹고 쉬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심지어 증심사 일주문 아래의 삼거리에도 금호식당,송학휴게소,물레방아, 대밭등 무등산에서 내로라 하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었다는 얘기다.
예전신림마을이 있는 자리의 생태복원 전후
예전신림마을이 있는 자리의 생태복원 전후

신림마을을 오가던 계단
신림마을을 오가던 계단
생태복원된 신림마을 당산나무
생태복원된 신림마을 당산나무
증심사 일주문앞 삼거리의 생태복원 전후 모습
증심사 일주문앞 삼거리의 생태복원 전후 모습
그 모양은 지금 흔적도 없다. 당시를 기억해 주라는 듯 마을을 향하던 시멘트 계단들만이 상처 투성이인 채로  남아있다. 상채기에는 이미 온갖 잡초들이 들어가 치유의 길을 만들고 있다.
 무등산은 산에 못지않게 사람의 손이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한다. 몇 십년이 더 지나 졸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단풍나무 숲이 곱게 물들 때, 사람들의 손길에 살아난 무등산의 아름다움은 빛을 낼 것이다.

무등산등산로풍경

무등산 등산로 풍경


출처 : 유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