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ro의 프로야구 이야기
(2011.04.03) 타이거즈 대 라이온즈2차전(광주)
조범현 감독 오늘 첫승을 올리긴 했지만 용궁갔다 살아온 토끼가 된 느낌일 것이다. 어제 개막전 역전패가 오늘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에 밤잠을 설치게 했을 것이다.
선발 라인업을 보니 2번타순에 이종범대신 신종길이 들어선 거 외에는 변화가 없다. 2선발로 로페즈 대신 트레비스를 올렸다.
어제 우완인 윤석민이 올랐으니 아마 좌완인 트레비스를 2선발로 내세운 것은
투수 로테이션의 조화를 생각해서 그랬을까? 그렇다면 3선발이 로페즈고 4선발을 양현종으로 간다는 그림을 그려볼 만 하다.
트레비스는 한국무대 첫 선을 보이는 날이라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제구가 흔들리고 구속도 140KM를 넘기가 버겁다. 그러나 1회 빗맞은 안타로 1실점 후 눈에 띄게 제구력이 좋아졌다..실점을 안하고 있는 것 보다 1실점이라도 한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었을까?
위기때 마다 변칙투구와 좋은 커브, 커터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관중석에서 바라보는 금발이 아름다운 미인과 마음속 하이파이브를 마주친다. (그의 유명한 부인인지 모르겠다..)
이용규의 시즌 첫 선두타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고 이어진 2회 공격에서 봇물 터지듯 점수가 터진다. 조범현 감독은 아주 흐믓했다. 2회에 벌써 점수가 8대1이다.초반에 점수를 이렇게 뽑아주니 투수진 운용이 훨씬 나아졌다.
다소 무리한 김주형의 주루 플레이로 자칫 경기의 흐름을 망칠 뻔 했으나 운좋게 상대 실책으로 역전에 성공하고 갑자기 제구력 난조에 빠진 카도쿠라를 이범호가 2타점으로 두들기고 김상현의 만루홈런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모처럼 터진 중심타선의 힘에 조범현 감독은 이 경기의 결과는 안봐도 알 것 같다는 즐거운 마음이 보인다. 트레비스는 5회까지 89개의 투구로 4피안타 2실점으로 잘 버티고 있다.6회까지만 버티면 점수차가 넉넉하니 손영민,박경태,곽정철,유동훈으로 불펜가동을 구상해 본다.
6회 들어서자 마자 트레비스가 연속 2안타로 무사1,3루를 맞자 손영민으로 투수를 교체한다. 여기까지는 나이스하다..
투수교체 타이밍이나 나오는 선수 모두 만족한다. 손영민은 1실점 했으나 투아웃을 잡고 2사 만루 위기에서 좌타자 박한이가 들어서자 조범현 감독은 모두를 놀라게 한다.
박경태가 나올것으로 예상했으나 양현종이 불을 끄러 나온다.
한국시리즈 에서나 있을 법한 투수교체가 지금 바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범현감독은 2사 만루상황에서 박한이를 상대로 4선발정도로 예정되어 있는 양현종을 올리는 초강수를 둔다. 보는 관중을 비롯하여 모든 야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조범현감독의 용병술....여기서 박수를 보낸다...얼마나 1승이 소중하고 그를 믿었으면 양현종을 올렸겠는가.
불펜에서 몸을 풀던 양현종은 오로지 박한이한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가면 된다..
양현종은 수요일이나 목요일 선발등판 예정이니 한명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거기까지는 조범현 감독의 용병술에 찬사를 보낸다.
단지, 만루라는게 부담이 되었겠지만 양현종이기에 믿었을 것이다.박한이 좌타자 한 명만 상대하면 되니까.
오늘의 조범현 감독의 칭찬은 미안하지만 여기까지이다..
양현종은 그게 부담이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밀어내기1점을 내준다..그렇다면 양현종은 거기까지다..
어차피 박한이 한명만 상대하러 나왔지 않은가?..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실점 한 후에도 조범현감독은 양현종을 그대로 가져간다..스스로 에게도 화가 난 양현종은 무려 3명의 타자를 맞아 18개의 공을 던지며 역투했으나 이미 무너진 둑이다. 거기서 배테랑 김상훈의 볼배합과 투수 리드 부족을 또 절실히 느낀다. 6회까지 이미 5개의 도루를 허용해서 번번히 실점 위기까지 간 것은 차치 하더라도 바뀐 투수가 만루 상황에서 연속 볼을 2개 던지면 마운드로 올라가 투수를 살펴 봐야 한다. 밀어내기로 1실점후 가코를 상대로 연속 볼을 2개 던지자 그때서 나간다..포수출신 조범현 감독은 박한이 타석때 왜 포수로 하여금 양현종을 체크해 보지 않았을까? 또 밀어내기로 1실점..
그래도 양현종을 안내린다..양현종으로 이번 이닝을 마무리 할려는 조범현감독의 쇠뿔같은 굳은 의지가 돋보인다.
최형우를 상대로도 또 연속으로 볼을 세개를 던진다.. 이쯤되면 항복이다..
결국 또 밀어내기 볼넷..안타없이 3점을 밀어내기로 준다..8대6..
결국 곽정철로 투수를 바꾸고 계속된 2사 만루상황에서 박석민을 상대한다.
여기서 수비위치를 보면 극명한 박석민 시프트가 눈에 들어온다. 히팅포인트가 앞에 있는 박석민은 밀어치기에 능하지 못하다. 그래서 가끔 위기상황에서 종종 수비코치들은 박석민 시프트를 가동해서 2루와 유격수를 서너발씩 3루쪽으로 이동시킨다. 투 엔 투 상황에서 김상훈은 몸쪽 공을 요구하지만 공은 가운데로 몰리고 박석민은 그 공을 보란 듯이 2루베이스 좌측으로 보내 2타점을 올린다.
평상시 김선빈 수비 위치였으면 충분히 아웃 시킬 수 있는 타구였지만 박석민 시프트에 의한 수비위치 변경으로 안줘도 될 점수를 2점이나 주었다.
결국점수는 8대8...결과적으로 이범호의 역전홈런과 유동훈의 철벽마무리로 9대8로 이기긴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가 않은 승리이다.
이범호의 역전홈런이 없었으면 어떠했을까? 이겼을까? 경기의 흐름이 한순간 라이온즈로 넘어가 아마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범현 감독은 또 투수교체 타이밍의 실책과 변칙적인 투수교체로 욕을 한바가지 이상은 먹고 그 휴유증은 한동안 갔을 것이다. 투수교체에 대해서는 김성근SK감독을 범접할 수 없다 라고 말하기에 앞서 자신이 그 점 만을 닮아 가 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할 때다..
이제 두경기를 마쳤다. 철벽마운드를 자랑하는 타이거즈 투수력이 지금 시험을 받고 있다. 공격력은 아쉬운데로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살아나고 있어 그런데로 해볼 만 하다. 아직 신종길의 허둥대는 모습과 김주형의 타격이 터지지가 않아 아쉽지만 가공할 만한 중심타선의 힘은 어느팀과견주어도 뒤지지가 않는다. 선발진은 막강하나 이어 던지는 불펜진의 피칭능력과 운용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아직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코치진은 불펜진을 두텁게 하고 타자 상황에 맞는 투수교체 등 디테일한 면에서 더욱 강한 타이거즈를 만들기 위해노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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