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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재미와 일상

광주에 온 한국만화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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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짜리 아이가 요즘 짱구 만화에 푹 빠져있다. 짱구를 흉내내 거침없이 해대는 말들에 깜짝깜짝 놀란다. 아이가 꿈도 예의도 없는 애어른 짱구를 닮아갈까봐 걱정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못보게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진정한 만화를 한번 보여줘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한국만화 100주년기념 만화만화전.....
엄마, 아빠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사로잡던 추억의 만화 속을 함께 걷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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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만평을 한국최초의 만화로 봄.



<고바우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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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뉴스는 싫었지만 아버지가 날마다 열독하던 신문에서 유일한 낙이 있었으니 바로 4칸짜리 만화. 시대를 풍자하는 내용이야 어린 나이에 얼마나 이해했겠는가. 다만 고바우영감의 머리에 스프링이 달리거나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모습은 재미있었다. 그리고 고바우영감은 늙지도 않고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그모습 그대로 사랑받았다. 김성환 화백(76세)이 그린 고바우영감이 1955년부터 2000년까지 연재되다니 한국사 반세기를 누렸다.

<공포의 외인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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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야구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국민의 오락이었다. 당시 군부독재가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펼친 3S정책(스크린,스포츠,섹스 또는 스피드) 중 하나였지만 그 누구도 그당시 야구에 대한 열광을 부정할 수 없다. 형제나 친구 중 야구한다고 들썩이는 이 하나쯤 꼭 있었으니 말이다.  야구의 열기를 몰아 이현세의 외인구단은 로맨틱하고 반항아적인 캐릭터들에 감정이입되어 수많은 청소년들을 녹였다. 아마 까치, 엄지 때문에 청소년 연애활동이 눈에 띄게 왕성해졌을 것이다.  이후 드라마, 영화를 통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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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가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혐의로 기소되었을 땐 어린 마음에 만화를 절대 보면 안 되겠다는 순진한 반성을 했다. 그 당시부터 등급을 매겨서 12세 열독가능 판정을 내렸다면 되었을 텐데 어찌 청소년들을 혼란시켰을까

게다가 까치와 더불어 <발바리의 추억>의 발바리, <불청객>의 구영탄이 꿈과 희망을 주는 멋진 백수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으니 지금과는 조금 정서가 달랐던 것 같다.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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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0년대 신선한 등장, 웹툰. 현란한 컴퓨터게임과 영상 속에서 잠시 주춤했던 만화의 열기를 다시 끌어올린 공헌자가 아닐 수 없다.  강풀의 순정만화는 그 대표주자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전에 히트친 광수생각이 스승 뻘쯤 되는 것 같다. 꾸밈없는 일상사 속에서 따뜻한 세상을 발견하게 하는 즐거움이랄까

전시내용을 다 이야기하면 재미 없을 것 같아 이정도만 소개한다. 한국만화 100년을 나열했다기 보다는 한국만화를 만화로 풀어 이야기했다고나 할까. 전시된 만화를 찬찬히 읽어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전시장 안에서만 보도록 둔 도록도 놓치지 말고 보면 좋다.  

만화가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덤으로 호남출신 만화가 두분을 소개해본다.
먼저 만화의 품격을 올려놓은 <허영만>
타짜, 식객,  꼴, 태양을 향해 달려라, 망치, 미스터큐 등등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날아라 슈퍼보드!!
사실 설명이 필요없다. 가장 많은 작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만화가 중에 한명이니 말이다.
그의 만화를 읽으면 괜히 품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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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된 골모대장 악동이로 유명한 <이희재>
그는 완도 섬마을에서 서울로 올라와 만화에 대한 정열 하나로 밑바닥 생활을 견디며 성장해왔다.
암울한 검열제도에 칼질을 당하면서 더 관심을 가진 것이 사회를 꼬집는 성인만화였다고 한다. 현실을 담은 만화 속에 이희재만의 시선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만화 한질을 집에 소장하고 있다. 바로 만화 삼국지. 아이와 함께 읽으려고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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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나서면서 아이 캐리커쳐 그려주는 이벤트에 참여했다. 아이가 제 모습을 만화로 그리는 것이 신기한지 진지하게 앉아서 지켜봤다.
1월까지 주말과 성탄절 오후  2시~6시까지 진행중이었다. 사람이 좀 많았지만 2시쯤 번호표를 받아놓고 순서가 될 때까지 다른 전시를 보고 왔더니 기다리지 않고 좋았다.(광주시립미술관  사이트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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