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명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우 포충사- 광주랑
기나긴 조선 5 백 년의 호남 사상과 호남의 기질을 살펴보면 각인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국난을 당하자 과감히 칼을 든 시인 고경명 장군이다.
아름다운 시문으로 일찍이 문장력을 인정받은 60세의 노선비가 임진왜란 이라는 국난에 즈음하여 농민과 함께 힘차게
북을 울리고 의기를 휘날려 왜적에 대항하자 그를 따르는 젊은 의병들이 피가 끓어 넘쳤다
이런 고경명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우가 포충사이다. 광주광역시 남구 원산동에 자리한 포충사는
1606년 선조가 친히 고경명에게 '포충'이란 액호를 내리고 뜻을 기리게 하면서 만들어졌다.
1978년 포충사를 호남의 대표적인 호국성지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지원에 의해 신사우인 유물전시관,
내삼문, 외삼문, 정화비 등 을 준공하여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포충사는 제봉 고경명 장군을 비롯해 그의 아들 준봉•종후•학봉•김인후•유팽로, 안영 등이 함께 모셔진 사액사우이다.
고경명 장군의 탯자리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압보촌이다. 스무살에 진사시에 합격해 벼슬에 나가 영암군수, 홍
문관교리, 서산군수 등 관직을 두루 거쳐 59세 때 동래부사를 마지막으로 고향에 내려왔다.
고향에 내려온 그는 당대 쟁쟁한 선비들이 식영정과 소쇄원을 중심으로 모여 하나의 아카데미 촌을 형성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씩 그곳에 머물며 시문을 짓기도 했다
그는 고향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 때 임진왜란이 터졌다.
'내 인생에 화룡점정 할 때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리기로 결심한 고경명 선생은 마음을 수습하고 식영정에서 정세변화를 토론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왜적의 침입 속도가 빨라서 이미 부산진을 상륙해 곧 한양 입성할 위기에 빠졌다.
고경명은 두 아들을 앞세우고 30여일 만에 6 천여 명의 의병을 운집시켰다. 그리고 곧장 의병군 편대를 정비해
담양을 출발해 전주에 도착, 각 도의 수령과 민중에게 격문을 보냈다.
'국운이 비색하여 섬나라 오랑캐의 침략을 받아 나라가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는데, 수령이나 관군들은 죽기를 두려워하여
도망치기 일쑤니 어찌된 일인가. 신하로서 왕을 자학한 왜적 앞에 내버려둔단 말인가. 각 읍의 관군 수령 민중들이여,
무기를 들고 군량을 모으며 모두 분연히 일어설 때다.' 폐부를 찌르고 간담을 울리며 용기를 불어넣는
이 간절한 호소에 호응한 의병들은 담양을 출발해 태인을 거쳐 전주에 도착한 다음 금산으로 향했다.
고경명 장군의 주력부대가 은진까지 진군했을 때 항간에는 적이 금산을 넘어 전주까지 침략할 것이란 소문이 밀려왔다.
고경명 장군은 금산에 방어진을 치고 전투에 임했다. 첫 전투에서 고경명 장군은 승리했다.
그러나 이튿날 다시 공격을 시작할 때 관군이 집중 공격을 받자 의병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유팽로가 고경명 선생에게 피할 것을 외쳤지만 고경명 장군은 둘째 아들 인후와 함께 몸을 감 싼 채 최후를 맞았다.
전라좌의병을, 남원에서는 변사정을 중심으로 적기의병군이 일어났다. 모두 고경명 장군의 휘하 의병장들이었다.
고경명 선생의 죽음과 피가 의병운동에 불을 지펴서 호남과 조선 땅은 고스란히 지켜졌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순신 장군이 '약무호남 시무국가,만약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라고 했겠는가?
이런 선생의 일대기를 접하고 포충사에 걸린 제봉 고경명 장군의 장군복과 전란 유품들을 보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관직에서 물러난 후 소쇄원과 식영정을 넘나들며 시를 짓고 철학을 논했던 회갑의
선비가 말년에 말을 타고 칼을 들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고경명 장군의 충절은 말로만 하는 정치와 학문, 행정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희생하며, 알고 있는 바를 실천하는 참 선비정신의 표상이다.
호남 사상의 도도한 맥 속에서 고경명 장군은 아는 것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상을 보여준 남도정신의 정수이다.
그래서 포충사에서 느껴지는 의로운 기운은 예사롭지 않다.
지금도 우리 귀에 쟁쟁하게 살아 들려오는 듯한 고경명 장군의 외침은 잠자고 있는 우리의 의식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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