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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60년 역사의 산증인 '중앙 초등학교 구내 이발소'

광주 동구 제봉로에 위치한 중앙초등학교는 1907년에 일본인들에 의해 설립되어

 1945년에 중앙국민학교로 개교하였다.

이때 즈음 생겨난 중앙초등학교 구내에 위치한 이발소 또한 60년 세월을 함께

초등학교와 같이 역사에 한자리에 위치 하고 있다.

현재는 1981년부터 33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머리 희끗희끗한 이발사 한분이

이발소를 지켜나가고 계신다.

 

저 또한 이 학교 출신으로 1988년에 졸업하여 25년만에 찾아가 봤습니다. 처음 들어선 내부는 작은 공간이지만 나이 지긋한 손님들로 앉을 자리마저 없을 정도로 북적이더군요. 오랜 시간동안 잊고 살았던 옛 추억들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으며 옛 고향의 냄새 그대로 였습니다.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만 가고 있지만 이 곳 이발소는 세월이 그대로 멈춘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25년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더군요.

 

취재를 부탁 드리자 한사코 안된다고 말씀 하시더군요.지상파 방송에서도 카메라 들고 들어 온 분들을 쫒아낼 정도로 여러 방송에서 취재를 부탁 했지만 모두 사양을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오랜 이야기 끝에 드디어 최초로 취재를 승낙 받았습니다.

 

저 처럼 옛 추억이 생각나서 오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다고 하시더군요. 초등학교 시절에 몇 번 와보곤 너무나 오랜만이라 한껏 옛 추억들의 조각들을 맞춰보면서 이발할 순서를 기다리며 이발사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 또한 아버지께서 결혼전에 이발소를 운영하셨기에 지금까지 미용실 보다는 이발소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특히 남자라면 면도가 중요하지요. 저 또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땐 꼭 이발소를 들려 면도를 하러 가지요.

 

 중앙초등학교와 역사를 같이하는 중앙 구내 이발관입니다. 아마도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벌써 이발소가 생겨난지 60년 정도가 되었다고 하니 그 역사를 짐작하고도 남겠지요.

 

 

 

 세월만큼 오래된 가스난방 기구 입니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고 연탄 난로를 사용하지요.

 이발의자 앞에 놓여진 발을 올릴 수 있는 책상입니다. 무슨 책상인지 아시겠죠? 맞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옛날 책상 그대로 입니다. 이젠 손님들 발을 올릴 수 있는 발걸이 의자로 바뀌었죠. 저도 저 책상에서 공부를 하던 생각이 나더군요.

 

 

 지금은 순간 온수기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예전 25년전에는 우물처럼 되어 있는 이 곳에 물을 담아 머리를 감겨 주셨지요.그리고 저 파란색의 물조리로 머리에 물을 부어 머리를 감겨 주셨습니다..지금도 사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용실을 가면 편안한 의자에 머리를 기대어 감겨 주지만 지금도 이곳은 허리를 숙여 머리를 감습니다. 어릴적 어머니께서 부엌에서 머릴 감겨주시던 기억이 생생하게 기억 나는데요.

 머리 염색하는 도구 입니다. 제가 찾은 날엔 염색 하시는 어르신 두분이 계시더군요. 백발의 노인 한 분은 눈썹 까지도 까맣게 염색을 하고 계시더군요. 마치 산신령이 지상에 내려와서 염색하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재밌는 광경이었습니다.

 

 연탄난로입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저기다 노란 양은 도시락을 겹겹이 쌓아놓고 점심 시간을 기다리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 합니다.그때는 연탄마저도 귀했기에 부러진 의자나 나무로 불을 피우는 난로였지만 지금은 연탄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입구 구석자리에 쌓여진 연탄들이지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여 따뜻함을 전해주는 구공탄입니다.

취재하는 내내 손님들과 이발사님의 구수한 옛 이야기들이 이발소를 가득 채웠습니다.

손님 중 한분이 "내가 61년도에 군대를 안가려고 도망다니다 끝내는 훈련소를 들어 갔는데 이런 내 친구 녀석은 그때 제대를 하더라고..그냥 도망 다니지 말고 제때 갈껄..." 하시며 옛 군대 얘길 꺼내시며 웃으시더군요. 그때 당시엔 나라가 혼란스러워 많은 젊은이들이 방황하던 때랍니다.

이발소 문을 나가면 2013년의 마지막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다시 이발소로 들어서면 1980년대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 듯 느껴집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미용실들이 시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곳 이발소는 세월을 빗겨간 듯 모든게 그대로 멈추어져 있습니다.화려하지도 않고 낡은 그대로 그렇게 사람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나오는 길에 "또 들러" 라고 하시는 이발사님을 보며 예전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더군요. 구부정한 허리에 세월을 짊어진 좁은 어깨, 주름진 이마, 무뚝뚝하지만 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옛 추억을 한아름 안고 나온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여러분도 옛 향기가 그립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 한 번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