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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충장로 만남의 역사! 광주우체국이 이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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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밤, 무더운 바깥보다는 냉기가 쏴~~하게 감도는 실내에서 시원한 서핑을 생각했습니다.저희 집이 크냐구요? 무슨 말씀을...그냥 인터넷 서핑을 했다는 얘기지요.
기사검색을 하는중에 충장로에 있는 광주우체국이 없어지게 되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충장로에 위치한 광주우체국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많은 집회나 행사도 열리는 곳이기도 한 나름의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크고 작은 선거와 캠페인, 집회와 많은 행사가 끊이지 않고 열리는 곳.
광주를 찾는 타지인들도 반드시 거쳐갔던 광주우체국.

1989년 우체국모습    < 출처 - 광주일보 >


이렇게 시민들과 함께해온 광주우체국이 이전을 한다는 것입니다.
1897년 ‘광주우체사’로 업무를 시작한 광주우체국은, 1963년에 지금의 청사를  세워서 현재까지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늘 인파가 넘치는 충장로에 위치한 광주우체국은 주차장이 없고 입구마저 비좁아 우편 차량·오토바이등 진·출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우체국 건물이 오래된데다가 비좁기까지해, 전국 107개 광역 총괄국 중에서 유일하게 민원 업무와 배달 물류 청사를 분리 사용되고 있다는군요.

때문에 본연의 업무인 우편업무에 대한 어려움으로 , 이번에 대인동 광주 동부소방서 맞은 편으로 이전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현청사(上)와 신청사(下) <출처 - (上)한국일보 (下)광주일보>

 광주우체국은 "우다방"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일종의 애칭이 되겠습니다.
'우다방'이라고 하니까  "우체국 건물에 있는 찻집을 말하는건가?"하며 갸우뚱하실텐데요.

이거 이래뵈도 말로만 내려오던 전설속의 그 찻집입니다.  전설의 찻집!!
김마담도 미스최도 없는, 더더군다나 커피나 엽차 조차도 없다는 그 찻집. 우다방!!^^

 <우체국앞 바닥에는  이렇게 동판으로 이 곳이 우다방임 알려주고 있습니다.^^>

당시만해도 초현대식 건물로 광주의 상징건물 역할을 했던 광주우체국은, 마땅히 만날 장소를 찾지 못하던 시민들이 우체국 앞을 약속 장소로 삼으면서 오래 전부터 광주우체국에는 '우다방'이란 애칭이 붙었고 광주 시민들이 광주우체국을 부르는 애칭이기도 했습니다.
 
충장로의 최고 번성기였던 70, 80년대에 젊은이들이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던 우체국앞과 그 주변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시내에 간다거나 시내서 보자고 하면, 거의 우체국앞이라고 보면 될 정도였습니다.

우체국 입구에서부터 그 주변을 서성이면서 친구들을 기다리다보면 아는 사람들은 거의 만날 정도였으니까요.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도 않았었습니다. 코리안타임이 적용되도 화가 안났다고나 할까요. ^^

그리고 우체국주변에 있는 삼복서점, 그리고 나라서적등의 서점앞에서도 약속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무등극장,신동아극장,제일극장,태평극장등의 극장들도 곳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아참..바로 건너에 학생도서관도 있었습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출처- 포토야>


도서관에는 저처럼 놀러온 어린학생들도 있었지만,  한자가 잔뜩 쓰여진 두툼한 책을 보는 아저씨들의 열공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았던 것 같네요.

도서관 매점의 라면을 또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에 8백원정도 했던가요..  냉면 그릇처럼 큰 그릇에 직접 조리한 라면을 팔았었죠. 
노란 단무지는 기억이 나는데, 라면에 계란을 풀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육계장"과 "도시락"이라는 컵라면과 함께 무지하게 먹었습니다.^^

수시로 관리아저씨의 눈을 피해서 도서관 밖의 분식집에서 얇은지갑으로 나름대로 배를 채우고, 가볍게 오락실에서 손가락에 내공을 키우기도 했었습니다. ^^; 

충장로 주변에는 볼거리 먹거리등의 다양한 상권이 밀접한 탓에, 시내에서 약속은 우체국앞이나 서점이 되었습니다.
30대 후반이상, 아니죠..40대 이상인 분들중에 광주에 연고가 있으신 분들은 광주우체국에 관한 추억이 무척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래의 사진이 1953년도의 우체국 모습입니다.

(이 귀한 사진은 호시탐탐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한번 방문하시면  많은 옛사진들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http://blog.daum.net/ysriver21 )

당시의 낡은 건물들을 제외하면 거리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흑백사진속의 건물과 비교하니 지금의 건물들이 매우 호사스럽게 느껴집니다.


1953년 우체국모습

<사진출처- 호시탐탐(好視探貪) http://blog.daum.net/ysriver21/6044025 >


음...우체국건물 옆의 하얀 현대식 건물이 제 기억이 맞다면 (구)산업은행 자리인것 같습니다. 녹색박스가 우체국건물.   
그리고 광주에서 크고 유명한 양대서점이 나라서적과 삼복서점이었습니다.
노란색의 박스와 빨간색의 박스는 예전에 나라서적(노란박스)과 삼복서점(붉은박스)이 있던 자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나라서적 자리가 광주에서 제일 비싼땅이라고 그랬던 기억도 납니다.

서점안에는 이층으로 가는 계단도 있었던 것 같고.. 나라서적에는 주로 형, 삼촌,누나,이모들이 고시서적을 많이 사러  들렸던 것 같네요.

삼복서점에서는 제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구입했던 기억이 나네요. 88년도였을 겁니다. 구입년도가...
(하단 사진의 exr브랜드가 보이는 그 자리가 서점이 있던 곳이 아닌가 생각됩니다.지금도 땅값이 광주에서 최고일까요? 궁급합니다.^^)

예전의 나라서적과 삼복서점의 이미지는 여기저기 검색을 했지만 찾을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 출처 - 광주드림 / 임문철 기자>

                                                            

  나이가 많지 않는 저도 이렇게 우체국 하나를 두고도 자그만 추억들이 엮여서 묻어나오는데, 세월의 큰 파고를 한 번 넘으신 인생의 선배님들은 어떻겠습니까?

연인과의 만남에 설레였던 그 곳, 가슴 아픈 이별에 우다방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망연자실했었던 그 곳, 빈대떡 한 장에 대포 한 잔을 기울이기 위해서 친구를 기다렸던 곳, 우체국 주변에 삐딱이 서서 오가는 이들을 그저 구경했던 곳, 서점에서 책 살 돈으로 영화를 보기 위해 기다렸던 곳...

지금도 수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만나고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표출하고 공연을 하는 장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런 추억어린 장소가 다행이도 우체국 이전과 함께 사라지지는 않고 영업(?)을 계속 한다니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구 충장로에 있는 현 우체국은 '광주우체국 영업과'로 새롭게 개편돼 기존 우편·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우체국의 여유공간들을 다양한 문화공간들로 만들어 나갔으면하는 바램입니다.

 

<출처 -http://www.indica.or.kr    올린이-아찌야>


다방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다양한 사연과 추억이 스며있는 곳.
우체국은 이전을 하지만 여전히 그 곳에 남아 만남의 역사를 계속 쌓아가는 곳.
김마담도 미스리도 없는 찻집.

우체국 앞 네거리에...
    다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