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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GIC 국제이해강좌 "후쿠시마 원자사건, 한국 에너지의 미래" 청강 후기-빛창

지난 27일. 전일빌딩 5층 광주국제교류센터(이하 GIC)의 주최로 열린 국제이해강좌에서 '한국 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녹색연합 녹색에너지 디자인팀 소속 이유진씨는 이날 강연에서 "지난 15일 대정전 사태에 빗대어 보았을 때, 한국에 닥치는 위기가 빈번하고 규모가 커져가는데도 불구하고 대안책이 없다."며 "후대를 생각해서라도 에너지 믹스의 실현이 이루어져야 하며 탈핵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가 단계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의 강연은 대학교에서 들을 수 없는 사회 이슈를 다룬 생생한 강연으로 앞으로 이 시대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과제를 안겨 주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주위에 비슷한 강연이 있다면 시간을 투자해 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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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적으로 강연하는 녹색연합 녹색에너지 디자인팀 이유진 팀장


지난 15일에 한국 전역에 발생했던 '대정전(Black Out)' 사태를 기억 할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동기와 함께 계단을 내려오던 도중 정전이 되어 당황했던 적이 있다. 나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정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 안에 갖혀 있던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사람들은 당시 대정전 사태를 두고 "예고만 해 주었어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예고조차 할 수 없었던 급박한 상황 속에서 대정전 사태가 발생되었다. 그 때의 상황 그리고 피해를 다시금 생각해보면 '후덜덜'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엔 빨리 복구되어서 다행이었지만 만약 정전 사태가 2-3일 동안 지속되었다면 어땠을까? 세상은 말 그대로 암흑이었을 것. 대정전이 있었던 당시도 그 이후로도 정부의 대책마련은 미비했다. 대정전 뿐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기후변화로 인해 닥친 홍수와 산사태 등. 인재人災인지 천재天災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재앙에서도 정부는 똑부러지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었다. 이유진 팀장은 "한국에 닥치는 위기가 빈번하고 규모가 커져가는데도 불구하고 대안책이 없다."며 한탄했다.





대정전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한국 에너지 정책(전력정책)의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는 대형 원자력 및 화력 발전소의 공급중심형 전력체계가 첫 번째 원인이다. 이유진 팀장은 "우리나라 원전 전력생산량의 40%가 수도권으로 집중된다"면서 "서울 시민의 전력 소비량은 원전 7기를 모두 사용"하며 "20%가 더 증가되어 원전 1기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공약으로 '서울 에너지 전력 소비량 1감소'가 필요할 정도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낮은 전기료에 의한 에너지 과소비가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 주변에 만연한 에너지 과소비 행태가 이런 전력 수급 불균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전대란을 겪은 다음날인 16일 피크타임의 전력 사용량(6741만㎾)이 전날(6728만㎾)보다 많았던 것이 단적인 예다. 2007년에는 6228만㎾였던 전력 소비량이 현재에는 7313만㎾로 17.4%나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옛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9차례나 전기요금을 인하했던 지난 날의 요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가 도래한 지금,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이 소비자들에게 전력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정전(Black Out)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신소재 에너지의 사용 확대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이 1%에 그친다. 이는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는 원자력 에너지에 의존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0개의 전구 중 34%가 원자력에 의존할 정도다. 원자력에너지 의존도가 높지만 앞으로는 신소재 에너지의 사용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 사건만 생각해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건을 가장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댔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소 지원을 확대할 뿐만아니라 현재 14개 원전을 추가 계획 중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원자력 에너지에 의존하며 에너지 자립 계획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우리나라 정부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핵무기의 안전한 이용을 전제로 출발하였으나 핵연료주기 전반에 방사성 물질 유출의 위험성이 있는 원자력 발전소. 허나 원자력 에너지가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교과부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지는 의문이다. 경제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운영비용에 국한되는 것이지 전반적으로 따져보면 건설비용, 운영비용, 연료비용, 폐쇄비용, 방사성 물질 폐기비용에 이르기까지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IEA(국제에너지기구) 기준 원자력 발전소 1기를 폐쇄하는 비용으로 9860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이 다하는 2020년에 우리 후대가 써보지도 못한 원전에너지를 생산한 원전의 폐쇄 문제에 봉착하여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바로 내년인 2012년에 수명을 다하는 월성 원전 1호기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월성 원전 1호기의 수명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폐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한국 원전 역사의 핵심이 될 것이며 만약 폐쇄된다면 폐쇄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직접 체감해 보아야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자국민들이 깨닫게 되리라는 것이 이유진 팀장의 생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 당시, "기술적 경제적으로 대체에너지만으로는 전세계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원자력 에너지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는 원전수출산업화정책으로 인하여 향후 20년간 2-30개의 원전을 개설하여 80개를 수출해 세계 원전 시장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사실대로 말하자면 원전시장은 이미 파국에 접어들고 있는 추세나 다름 없다. 체르노빌 원전 사건을 계기로 신재생 에너지 확대 및 원자력 에너지 감소에 나선 독일. 그리고 지난 후쿠시마 원전 폭파 사건을 계기로 스위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원자력 발전소를 폐지하는 단계적 시나리오 구축에 도입한 상태이다. 일본에서도 간 나오토 전 총리가 "원전 없이도 잘 될 수 있는 사회 실현이 일본의 지향 방향"이라며 탈원전을 주장했을 정도로 탈원전 움직임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가 원전을 추가로 개설하여 수출한다는 것은 칼자루를 수입자에게 넘겨주고 유리하지 않은 조건 속에서 수출을 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원전 르네상스 시대라고 주장하며 원전을 늘려가자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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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국가 전력 사용량 비교 추이 (이미치 출처: 중앙일보, 자료: OECD 한국개발연구원)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대정전이 났는데 일본은 Black Out을 겪지 않았다는 것이 의문이다. 사실 일본은 독일보다 먼저 탈원전이 가능한 환경에 있다. 현재 54개의 원전 중 41개를 정지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대정전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일본은 원자력발전소 말고도 화력, 수력 발전소의 전력 공급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과부하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에너지 믹스를 일본에서는 이미 사용 중에 있었던 것이다. 에너지 믹스는 독일에서 체르노빌 사건을 계기로 지향하기 시작한 대안이다. 탈핵 에너지를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에너지원(화력, 풍력, 수력 등)의 작동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행하였고 오는 2050년에는 신재생 에너지 100%와 원자력 에너지 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프랑스처럼 원전에 의존한 전력 고착화에 접어 들고 있는데 현 상태를 계속적으로 유지하다간 암흑시대에 접어드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임에 틀림 없다. 한국에 Black Out이 또 한 번 찾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대응 태세로는 인간의 기본적인 배설 욕구마저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모든 것이 전력에 의존해 돌아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정전이 닥친다면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것을 시작으로 가스 공급 중단, 자동차 연료 공급 중단, 백화점과 편의점과 같은 소비시설의 정지, 112 신고 불능으로 인한 범죄율 증가, 교통망 정지 등이 있다. 정말 끔찍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 에너지 사용량(2007년 기준)을 보면 석유 43%, 석탄 25%, 원자력 15%, LNG 14%, 신재생 에너지 3%로 원자력이 신재생 에너지보다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은데 화석연료 의존도를 최소화 하고 원자력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를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는 것. 그것이 Black Out이 또 다시 발생했을 때 암흑기에 접어 들어 한반도 전체가 패닉에 빠지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할 수 있는 길이다. 그렇게 되려면 에너지 믹스의 실현을 필두로 에너지 자립에 어떠한 과정과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원자력 발전소를 멈추면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며 묻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필렬 교수의처럼 "한국 사회에서 에너지 전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전년대비 가정용 전력 사용량이 7% 상승한 7천 4백 77만㎾이라고 한다. 이처럼 에너지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신재생 에너지로의 대체가 가능 하겠는가? 이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멈추는 것은 정말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것과 다름 없다. 하지만 대안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에너지를 절약하면 된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고효율 에너지를 사용하고 1인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 동시에 탈핵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 이유진 팀장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