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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려라 광주/정보

한적한 도심속의 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충장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렀습니다.  사직공원...
예전에는 동물원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해서 행락객들이 많았던 곳이었습니다.
이제는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도 안 보이고 원숭이도 없고, 아이들의 신바람나는 왁자지껄한 소리도 들을 수 없는 곳이 되었네요. 주변이 조용하고, 어르신들이 산책을 나오신 모습만 눈에 띄었습니다.

날이 춥고 그래서였는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나무들이 미련없이 떨구어버린 낙엽들만이 이리저리 바닥을 쓸고 지나갔습니다.
뭐..이제 겨울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지요..

서현교회 방향에서 공원으로 들어가는데 이렇게 멋진 시문이 새겨져 있더군요.
김인후...전남 장성출신으로 중종,명종 때의 문신이며 학자였다고 합니다.
22살에 사마시를 거쳐 성균관에서 이황과 함께 공부했고, 후에 시와 학문에 전념을 했으며 기대승(奇大升), 이항(李恒) 등과 토론했다고 합니다. 

제자로는  정철, 변성온, 기효간, 조희문 , 오건 등이 있으며 1796년 문묘에 배향되었습니다.
장성의 필암서원, 옥과의 영귀선원에 제향되었고, 시호는 문정이라 하며, 저서로는 『하서집』이 있습니다.

위 시는 임형수가 양재역 벽서사건 때 윤임 일파로 몰려 억울하게 죽은 것을 슬퍼하여 지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 엊그제 베어버린 소나무는 낙락장송이 아니던가. 그냥 놓아두었으면 큰 대들보감이 되었을 터인데, 아! 궁전이 기울면 어느 나무로 그것을 지탱할 수 있겠는가? ]

소쇄원 제월당 현판에 새겨진 하서 김인후의 48영 한시가 있다고 하니 시간이 되시면, 한번 보러 가셔도 좋을듯 합니다.  (소쇄원 홈페이지 - http://www.soswaewon.co.kr/ )





관덕정이라는 글이 보이는군요.. 
활을 쏘는 곳이네요. 보기보다 활쏘는게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활을 들고 수련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가지런히 정돈된 활이네요. 보고 있자니 활시위의 팽팽한 긴장감도 느껴지는 듯도 합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때에야 비로서 명중을 한다는 활..
이렇게 바라만 봐도 옷매무새를 둘러보게 되는군요.

음..궁도 9계훈이  있네요.

1. 인애덕행(仁愛德行)  어짐과 사랑으로 덕스러운 행실을 하고
2. 성실겸손(誠實謙遜)  정성스럽고 참되고 실속있게 남에게 나를 낮추어 순하게 대하고
3. 자중절조(自重節操)  자신의 품의를 소중하게 하고 절개와 지조를 굳게 지키고
4. 염직과감(廉直果敢)  곧고 청렴하며 용감하고 결단성을 강하게 가지며
5. 예의엄수(禮儀嚴守)  예를 차리는 절차와 몸가짐을 엄하게 지키며
6. 습사무언(習射無言)  활 쏠때는 말하지 말 것이며
7. 정심정기(正心正己)   몸을 바르게 함이 그 마음을 바르게 함에 있고
8. 불원승자(不怨勝者)  나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말 것이고
9. 막만타궁(莫灣他弓)  남의 활을 당기지 말 것이다

자칫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는 활을 다룸에 있어서 항상 몸과 마음을 바르고 고요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자신을 다스리는데에도 좋은 글귀가 될 것 같습니다.





산책길을 따라가니 저만치 관망대가 보입니다. (예전에는 팔각정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그래도 매점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가림막은 왜 있는지 모르겠군요.  너무 대충보다가 와서요...^^;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무등산과 함께 시내전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낙엽대신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비둘기들이 여유로워 보입니다.
공원이 무척 한가로운게 고즈넉한 느낌이었습니다.




광주사직단이라고 되어 있네요.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광주시민이라고 살고 있었네요. ^^;








올해 마지막으로 보는 단풍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의 끝물이기도 하고..
단풍들도 아기손단풍처럼 자그마해서 아주 이쁘더라고요. 색깔도 붉고 선명해 보였습니다.
은행나무가 있었다면 노란색과 붉은색의 아주 멋진 단풍구경이 되었을 텐데...좀 아쉽기도 했습니다.



공원 곳곳에 이런 시비가 보이네요.
백호 임제... 많이 들어봤던 시지요.
풍류시인답게 황진이의 무덤에 술을 따르며 읊은 시입니다.

[푸른 풀이 우거진 골짜기에 자고 있는가, 누워 있는가 / 젊고 아름다운 얼굴은 어디 두고, 창백한 백골만 묻혀 있는가 / 술잔을 잡아 권할 사람이 없으니 그것을 슬퍼하노라. ]

공원에서 이렇게 간간히 만나는 시비가 의외로 재미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유치하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학창시절 이후에 이런 시조를 언제 또 보겠습니까..^^;
더욱이 늦가을에 새겨진 싯구를 눈으로 읽어보니 더 운치가 있었습니다.



정충신은 임란당시 광주목사 권율휘하에서 활약을 하였으며, 李适(이괄)의 난을 평정한 큰 공으로 금남군에 봉해졌다고 합니다. 
이괄이 반란을 일으켜 인조는 황급히 공주로 파천했었습니다.
정충신이 서울근교 안산에서 바람을 이용하여 고추가루와 재를 날려 반란군을 대파했다고 합니다.
2000의 병력으로 1만의 반군을 제압했다고 하니 큰 공이 아닐 수 없네요.

[ 공산이 적막한데 슬피 우는 저 두견새야 / 촉 나라의 흥망은 어제오늘 일 아니거늘 / 지금껏 피나게 울어 남의 애를 태우느냐 ]






시내로 가는 길을 사직골 음악거리로 잡았습니다.
이곳에 가면 통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라이브로...
저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네요.
보통 7시정도에 영업을 하는 것 같더군요.  무심히 지나가는 길에 어디서 연주소리가 흘러나오더라고요.
아..레코드가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여운이 있다고나 할까..
직접 현장에서 들으면 그 감동이 몇 배나 더 진해지겠죠?^^
함께 노래도 부르고.. 손님과 하나가 되는 그런 분위기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이번 연말에는 부드러운 기타 소리와 조용히 보내볼까요?

잠깐 시간이 남아 사직공원을 가볍게 둘러보았습니다.
의외로 한적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런 장소 같습니다.가끔 차들이 지나가기는 하지만, 시끄럽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곳을 중심으로 100여년전의 근대문화가 있는 양림동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직공원 가까이에 우일선선교사 사택을 시작으로 양림동 곳곳에 있는 근대건축물등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한 번 걸음을 해보시기 바랍니다.^^